미국 상원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강화하는 내용의 농업법(Farm Bill) 개정안을 20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평화 유지를 위한 식량지원법(Food for Peace act)에 따른 기금의 대(對) 북한 식량 지원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 다만, 행정부가 전용 가능성이 없고 식량 원조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타당한 사유를 의회에 보고하면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오는 9월에 만료되는 농업법은 5년 한시법으로 개정안이 하원까지 통과해 발효되면 2017년까지 적용된다. 이번 상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개정안은 2가지로 존 케리(민주당·매사추세츠)의원과 존 카일(공화당·애리조나)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존 케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대통령의 판단이 있고 이를 하원과 상원이 지지할 경우에만 대북식량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 반면 존 카일 의원은 예외조항 없이 무조건 대북식량지원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케리 의원의 개정안은 찬성 59, 반대 40으로 통과됐지만 카일 의원의 개정안은 찬성 43, 반대 56으로 부결됐다. 상원을 통과한 농업법은 조만간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지게 되며, 하원에서 통과되면 즉시 발효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농무부의 예산 운영을 결정하는 농업법에 포함된 식량지원법에 따라 북한에 식량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에 지원되는 식량이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온 만큼 미 의회가 이같은 개정 농업법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향후 미국의 식량지원 모니터링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6월 대북 원칙파인 에드 로이스(공화당·캘리포니아) 의원이 제출한 ‘2012회계연도 농업세출법 개정안’을 구두 표결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상원 개정안과 비슷한 골자지만 예외조항이 없어 법운용의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7월 대북 식량지원 금지 규정이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 하원과 법안을 협의하는 과정서 삭제해 달라고 상원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분배 감시가 보장되고,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조건에서만 식량지원이 가능하다’고 2012회계연도 농업세출법안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