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고서, `핵무기보유국’에 북한 또 포함

미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JFC)가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핵무기보유국으로 명시한 데 이어 최근 국방부의 다른 보고서도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비공식 인정받고 있는 인도.파키스탄과 같은 범주에 포함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장관이 임명한 미 국방부 `핵무기 관리 리뷰 태스크포스(의장 제임스 슐레진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Report of the Secretary of Defense Task Force on DoD Nuclear Weapons Management)에서 북한이 복수의 핵무기 뿐만아니라 핵무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미사일시스템도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북한의 핵능력을 평가했다.

연합뉴스가 12일 단독입수한 이 보고서는 핵확산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냉전시대의 유물인 핵무기와 핵물질들을 감축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인들과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국가들이 핵을 얻으려는 다양한 동기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핵확산을 체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 인도, 파키스탄은 핵무기들과 미사일 전달시스템들을 모두 확보하고 있고, 이란도 똑같은 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북한이나 이란으로부터 야기되는 또다른 위험은 핵무기 또는 핵기술을 다른 이들에게 이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다른 곳으로 (핵무기와 핵기술이) 이전될 상당한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동아시아에서 핵이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아니라 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미 최대 49개국이 핵무기 제조법을 알고 있다고 평가한 사실을 인용한 뒤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확대되고 그와 관련된 기술이 널리 퍼짐에 따라 핵무기 제조법을 알고 있는 국가의 수도 더 늘어나 핵무기와 핵물질이 테러범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JFC)는 작년 11월25일 작성한 `2008 합동작전 환경평가보고서(JOE 2008)’에서 “아시아 대륙 연안에는 이미 5개 핵보유국이 있다”면서 5개 핵보유국으로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러시아를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차례로 명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또 미국 국가정보위가 작년 11월 발표한 `글로벌 트렌드 2025’라는 보고서도 북한을 `핵무기 국가(a nuclear weapon state)’로 표기한 바 있고, 게이츠 국방장관은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2009년 1.2월호)’에서 북한이 이미 여러 개의 핵무기를 제조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핵무기보유국’임을 선언하고 이를 인정할 것을 미국에 요구해왔으나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해왔다.

이런 방침에도 불구, 미국 정부 보고서에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표현이 계속 드러나면서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국제사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근거해 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국만 인정하고 있으며, 자체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언한 인도, 파키스탄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비공식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방부 보고서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인도.파키스탄과 같은 맥락에서 거론함에 따라 미 국방부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비공식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여러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정도로만 평가, 미국 정부와 상당한 거리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 국방부 합동군사령부의 연례보고서가 북한을 아시아의 5대 핵무기 보유국 중 하나로 명시한 뒤 미국측에 항의, 미국측이 이 보고서를 수정키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합동군사령부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해명만 했을 뿐 아직까지 보고서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