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정강정책 한반도 현안 뭘 담았나

미국 민주당의 정강정책안(platform draft)에서 나타난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 의지 및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만약 내년에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정강정책안은 이달 하순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정식 채택되면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 정책공약의 뼈대 구실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변화’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오바마 후보지만 당이 마련한 대외정책 기조에서 일탈해 독자적인 대한반도 정책을 고안해 내거나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미국의 정치구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선 민주당은 한국과의 관계를 `동맹’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은 미국을 아.태지역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인식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나가야 한다는 전략에 맞춰 미국의 대아시아 `개입(engagement)정책’이 꾸준히 전개돼온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정강정책에서 한국, 일본, 호주, 태국, 필리핀을 동맹으로 거론한 것은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겠다는 현실인식도 반영돼 있다.

최근 미국의 외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 중 하나인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정강정책안은 북한의 비핵화를 구체적인 독립항목으로 다뤘다.

총 51쪽의 정강정책안 가운데 27쪽에 2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짤막한 서술이지만, 정강정책이 교육, 의료보험 등 다양한 미국내 어젠다는 물론 테러리즘과의 전쟁, 미국 국가안보 등 방대한 외교문제까지 다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핵문제가 결코 소홀하게 취급됐다고 볼 수 없다.

북한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명료하다.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을 통한 북핵해결 접근법이 비록 뒤늦은(belated) 것이기는 하지만 지지한다는 것이고, 집권하더라도 6자회담 파트너들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는 다짐으로 요약된다.

이런 점을 놓고보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조지 부시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대북 정책기조가 `개입정책’에서 `강경정책’으로 급선회했던 것과 같은 정책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강정책에 포함된 2개의 간단한 문장에 `검증가능한(verifiable) 종식’과 `검증가능한(verifiably)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북핵문제의 키는 `검증’에 있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정강정책에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거론됐다. “우리는 쿠바에서 북한에 이르기까지, 버마(미얀마)에서 짐바브웨, 수단에 이르기까지 압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북한을 최근 인권논란을 일으킨 국가들과 동렬에 놓은 것.

민주당 대선후보인 오바마 상원의원이 반대해온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선 정각정책에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오바마에게 `퇴로’를 마련해 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과 실제 집권했을 때 정책집행의 필요성 사이에서 나타나는 모순을 감안, 한미FTA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

정강정책은 다만 `찬성하는 FTA와 반대하는 FTA’의 유형을 나열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모든 FTA를 일괄 반대한다기 보다는 사안별로 찬성 또는 반대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미국 상품에 대해 사실상 시장을 모두 열었고, 미국산 쇠고기까지도 수입을 재개하는 `성의’를 보였기 때문에 민주당이 내세운 반대조건의 범주에는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오바마가 지금까지 꾸준히 지적해온 한미 자동차의 불균형한 수출입 구조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국제적인 환경.노동기준에서도 한국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문제를 한미FTA 반대를 위한 지렛대로 계속해서 활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