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요 ‘클레멘타인’, 北노래 ‘꽃파는 처녀’와 유사

북한의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어린이들이 27일 뉴욕필하모닉 단원들에게 선사한 노래선물 ‘클레멘타인’이 북한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의 동명 주제곡과 상당히 비슷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꽃파는 처녀’를 실제 들어보면 편곡을 통해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전반적인 멜로디 전개와 느낌이 ‘클레멘타인’과 유사하다는 점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중국 선양(瀋陽)에 거주하는 교민 이모씨는 “중국에 와서 처음 ‘꽃파는 처녀’라는 노래를 들어봤는 데 어릴 때 즐겨불렀던 ‘클레멘타인’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아예 ‘꽃파는 처녀’의 중국어 번안가요인 ‘마이훠구냥(賣花姑孃)’의 원곡을 ‘클레멘타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마이훠구냥’으로 MP3 노래파일을 검색해보면 ‘클레멘타인’이 영문원곡으로 나온다.

가극 ‘꽃파는 처녀’는 70년대 영화로도 제작돼 중국에서 엄청난 관객을 끌어모았으며, 동명 주제곡을 번안한 ‘마이훠구냥(賣花姑孃)’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영화를 봤던 40∼50대 중국인들은 북한의 대표적 노래로 ‘마이훠구냥’을 기억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클레멘타인’이 ‘꽃파는 처녀’의 원곡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근거도 없고 북한 당국에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지만 두 노래가 친연성을 갖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이 많다.

가극 ‘꽃파는 처녀’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시기인 1930년에 창작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2년 직접 재창작을 지도했다고 북한 당국에서는 선전하고 있는 북한의 대표적 항일 예술작품.

‘꽃파는 처녀’에 나오는 노래들도 일제 강점시기 항일 빨치산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들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노래 ‘꽃파는 처녀’도 당시부터 구전돼 불려왔던 노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설가 황석영은 자신의 책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에서 식민지 시절 학생들 사이에서는 ‘클레멘타인’과 ‘콜로라도의 달’과 같은 미국 노래를 즐겨 부르기도 했으며 반일적이고 개화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던 선교사들이 창설한 사학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 가극 ‘꽃파는 처녀’에는 계몽기 개화문화적 요소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은 우리말로 번안된 뒤 본래 노래의 의미와 국적은 사라지고 구전 과정에서 일부 멜로디가 달라진 채 우리 민족에게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담은 노래로 자리를 잡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이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이 아직까지 적대국가인 북한의 대표적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의 주제곡에 영향을 미치게 된 아이러니를 만들어낸 것으로 풀이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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