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기 신속하고 값싼 구매 길 열리나

미국 정부가 한국에 무기 및 군사장비.부품을 판매하려고 할 경우 미 의회의 심의대상 및 기간을 대폭 줄이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 최근 미 의회에 제출돼 주목된다.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법률로서 발효될 경우 한국 정부가 미국산 무기 및 군사장비.부품을 현재보다 훨씬 신속하고 값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69억달러에 달하는 많은 무기와 군사장비를 미국으로부터 사들여 미국의 5대 무기구매국에 랭크됐지만 무기시장에서 이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은 지난 87년 미국의 대외무기판매(FMS) 프로그램에서 세번째 그룹인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동맹국’으로 분류돼 첫번째 그룹인 NATO회원국이나 두번째 그룹인 `NATO+3개국(일본.호주.뉴질랜드)’에 비해 무기 및 장비 구매 절차가 까다롭고 수수료 형태의 `구매행정비’를 추가부담하는 등 가격면에서도 차별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한국 정치권과 군 일각에선 한국군이 유사시에 대비, 고도의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신속하게 값싸게 미국산 무기와 군사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미국내 방위산업기업들로부터 직접 무기와 장비.부품을 구입하는 상업거래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군사무기 판매는 결국 의회가 결정권을 쥐고 있어서 상업거래로 무기와 군사장비.부품을 조달할 경우 오히려 절차가 더 복잡해지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한국 정부가 결국 양국 외무장관 및 국방장관 회담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FMS 지위향상을 미 정부측에 요구하며 이를 위한 노력을 집중해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FMS 지위 결정은 입법사항임을 내세우며 공을 의회에 넘겨왔다.

이제 법안이 제출됨에 따라 미 의회에서 한국의 FMS 지위문제가 본격 논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법안이 법률로 최종 확정되기까지 적지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법안 주관 위원회인 상원 외교위는 이르면 하계휴가를 마치고 회기에 들어가는 내달 이 법안을 심의.상정할 수도 있지만 이 법안을 지지하는 공동발의 의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이 법안을 제출한 크리스토퍼 본드 의원(공화.미주리주.4선)은 상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어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하며 법안 발의에 앞서 부시 행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쳤다는 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보일 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상원 뿐만아니라 하원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점에서 하원 의원 가운데 유사 법안을 제출토록 하고 지지 의원을 다수 확보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물론 이 법안이 결국엔 통과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조짐도 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이양하는 등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무기 구매 수요가 크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전세계 무기 구매 시장에서 한국을 선점하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미국이 한국에 대해 계속해서 까다로운 구매절차와 비싼 구매가격을 고집할 경우 한국이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 유럽국가로 구매시장을 다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일각에선 한국의 무기구매가 지나치게 미국에 집중돼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미국으로선 향후 한미간 군사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한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한 전문가는 14일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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