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한반도 정책 논의 서막 올라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미국이 한국의 새로운 정체성에 맞춰 한미동맹을 새롭게 규정해, 강대국간 경쟁의 객체로서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능동적인 균형자 및 중심기지(hub)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게 긴요하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가 미국의 2008년 대선에서 선출될 새 대통령에게 새 행정부의 대중 정책방향에 관해 조언한 말이다.

중도성향의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로부터 파당 정치에 관해서보다 이슈에 관해 듣고 싶어하는” 유권자와 대선 주자, 차기 대통령에게 “미국이 당면한 가장 급박한 도전 과제들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는 기회”를 제공키 위해 ABC 방송과 공동으로 ‘기회 08’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 앞으로 미국의 진로를 둘러싼 대선 토론의 서막을 열었다.

초당적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브루킹스 연구소는 토론 주제를 ‘우리의 세계’ ‘우리의 사회’ ‘우리의 번영’ 3대 주제로 나누고 각각 ▲중국, 기후변화, 에너지, 국토안보, 이라크, 중동, 군사대비태세, 군사력 증강, 무슬림 세계, 핵확산 ▲선거제도 개혁, 주택, 이민, 미디어, 빈곤, 사회보장, 상향 계층이동 ▲예산, 경쟁력, 규제완화, 교육, 국민건강, 퇴직안전망, 조세, 기술이라는 과제를 선정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다음은 앞으로 진로에 대해 미국만의 고민도 있지만, 역시 내년초 대선을 앞둔 한국의 고민과도 상통하는 이들 과제가운데 한국이나 한반도 관련 정책에 관한 전문가들의 제언 요지.

◇한미동맹 = 그린 전 보좌관은 ‘성공적인 중국 전략 구축’이라는 제언서에서 차기 미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장기적 역사 관점에서 이슬람 문제보다 훨씬 중요성을 띨 것”이라며, 2008년 여름 베이징(北京) 올림픽 무렵 중국 정책이 대선전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각당 대선후보들이 여론의 압박 때문에 강경한 대중 입장을 취하겠지만,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면 얼마동안의 정책 혼돈기를 거쳐 지난 5대에 걸친 행정부 때마다 되풀이 한대로 이를 버리고 전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답습하게 될 게 “거의 틀림없다”고 전망했다.

‘미래의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예단, 대결과 포용 어느 한쪽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중국의 긍정적인 발전이 가속화하도록 유도하되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 전 보좌관은 이런 대중 전략의 일환으로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동남아국가 등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택일토록 강요하지 말고, “(중국의) 위험에 대비한 보장책으로 우리와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베이징과 긍정적인 경제.정치적 관계를 계속 증진해나가도록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중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서 중국과 경제관계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중국의 군사위협을 공개 거론할 수 있는 처지이지만, “작은 아시아 국가들은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미 국방부가 대만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도록 한국측에 압박했던 것처럼 미국이 명시적인 (대만) 방위공약을 파트너 국가들에 압박하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로부터도 당혹스럽고 전략적 관점에서 손해가 막심한 ‘노(NO)’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 5년간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해 논란이 일 때 이 개념이 대만 유사시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또 “한국이 전반적인 동아시아 안보의 이슈가 될 때는 1894년, 1905년, 1950년처럼 지역질서의 불안과 전쟁으로 이어졌다”며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경계하고, 중국을 일본이나 북한보다 더 큰 장기적 군사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또한 한국의 정치가 좀더 보수쪽으로 회귀해 지난 10년간과 반대로 친미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은 한미관계를 논할 때면 최근까지도 2002년 대선 때 반미성향이 높게 나타났던 여론조사를 인용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린 전 보좌관은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유동적”이라며 미국이 아시아에서 한국의 능동적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재정립해나갈 것을 촉구했다.

그는 “호주나 한국과 같은 미국의 긴밀한 동맹들이 대만 방위에 더 큰 역할을 하라는 미 국방부의 압력에 공공연히 저항해왔다”며 이는 “언뜻 보면 중국의 힘이 세지자 중국 편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보면 이 지역 대부분 나라들은 중국에 대해 대외적인 균형잡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진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프리 베이더 중국센터소장과 리처드 부시 3세 선임연구원도 ‘부상하는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제목의 제언서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놓고 내부에서 분열돼 있는 동안 한국과의 관계가 손상을 입고 한미동맹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촉발됐다”고 지적하고 “새 대통령 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상하이협력기구(SCO) 등과 같은 동아시아에서 태동하는 지역기구들로부터 미국이 배제돼선 안된다며 “우리는 일본, 한국, 인도, 호주, 아세안과 관계를 개선, 이들이 아시아 지역기구에서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들을 막도록 해야 한다”며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관계개선책의 한 사례로 제시했다.

이들도 그린 전 보좌관과 같이 “1980년, 1992년, 2000년 대선에서 이긴 대통령들은 후보 시절엔 대중 정책을 크게 강화할 것처럼 말했으나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비싼 대가의 정책혼선을 치르고는 전임자들이 닦은 길로 되돌아갔다”며 여론의 압박에 대중 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경계했다.

이들은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0년 대선 때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가 9.11과 북핵 문제를 계기로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가 됐음에도 “이때의 선거 구호가 중국측에 미국의 신뢰성에 계속 의구심을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 =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코언,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핵확산 방지에 관한 제언서에서 “대만은 장래 핵보유국 가능성이 있고 한국도 그러하며 일본 관리들도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들의 옵션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며 북한 핵실험의 파장을 막기 위한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차기 미국 대통령은 우선 “당장 북한의 핵활동을 검증가능하게 동결하고 북한으로부터 플루토늄을 빼내오는 것을 시작하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이들은 제안했다.

북한이 핵옵션을 완전 포기토록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더 이상 핵능력을 키우지 않고 줄여나가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새 행정부는 “혐오스럽더라도 북한정권을 받아들이고, 어조를 낮추고, 이상적이게는 6자회담 내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한 정권이 정책과 세계관을 검증가능하고 의미있게 바꾸면 (전복)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을 이들은 제안했다.

또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미국이 다른 6자회담 참여국들과 함께 “수년에 걸쳐 매년 20-30억달러 상당의 원조를 북한에 제공”할 것도 이들은 주장했다.

이러한 유인책과 함께 “북핵문제의 현상유지나 악화는 용납될 수 없고,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위협”도 동시에 북한에 분명히 전달, 무엇이 북한 정권에 유리한지 설득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했다.

이래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에 더 강한 철권제재를 가하도록 다른 나라들을 설득하기 쉽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했다.

북한과 최후 협상이 실패할 경우 “첫 단계는 한국과 중국에 대해 현재와 같은 대북 경제 포용책은 더 이상 적절치 않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며, 한국이 대북 제재를 수용할 용의가 있는지는 한국의 2007년 대선 결과에 일부 좌우될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봤다.

이들은 특히 대북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북한이 핵물질을 제3자에 팔겠다고 위협할 때는 물론 “대형 원자로 건설을 계속할 경우”도 공군력으로 타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50메가와트나 200메가와트 원자로가 완성되면 “산업 규모로 핵무기를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전에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원자로 파괴를 위해 공군력을 제한 사용하더라도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미국과 한국은 (군사옵션시)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이들은 그러나 기존의 플루토늄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력 위협은 “그 물질이 아마 2003년엔 이미 재처리돼 다른 곳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더 이상 유용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더구나, 세계는 대체로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북한관련 핵물질이 테러단체에 의해 사용될 경우 북한이 보복당할 것임을 미국과 동맹들이 북한에 주지시켜야 하고, 일본의 핵무장 여론압박을 피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과 미사일방어체제 공동개발 계획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차기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지상군 증원 = 오핸런 연구원과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프레드릭 케이건 전임연구원은 미군 병력과 무력의 증강 제언서에서 파키스탄 정권붕괴나 이란 정권교체의 경우만 해도 “쉽사리 20만-30만명의 미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미 지상군 규모는 현 수요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분쟁 대처에 “너무 작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도 이미 미국은 최소한 10만명의 정규 육군과 해병대가 추가 필요하다”며 “즉각” 모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징병제 부활론에 대해선 불공정 논란 가능성 등 부작용을 들어 반대하고 유망한 모병 방안의 하나로 “해외에 모병사무소를 두고 미국 시민권 부여를 대가로 자격있는 외국인들을 모병하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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