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北위폐 보도자료 왜 냈나

주한 미국대사관이 24일 자국의 금융범죄단속반 이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 북한 위폐 문제와 관련해 브리핑한 내용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외교통상부가 대니얼 글래이서 미 재무부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 일행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직후 비공식 브리핑을 해 그 내용이 이미 보도됐는데도 불구하고 미 대사관이 하루 뒤에 별도의 보도자료를 냈다는 점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글래이서 부차관보가 “(한미 양측은) 주로 북한 정부 주도의 불법 금융활동과 더불어 돈세탁, 테러단체 자금조달, 기타 금융범죄 단속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집중 논의했다”며 위폐 관련 혐의의 대상으로 북한 정부를 특정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도자료는 나아가 글래이서 차관보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대응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이 WMD 확산 주범과 그들을 돕는 지원망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데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고 언급하는 등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강경발언들을 상당히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은 미 행정부가 북한 위폐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전하기위해 대사관을 통해 보도자료를 낸 것 아니냐며 주목했고 전날 외교부의 비공식 브리핑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었다”면서 “민감한 내용을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며 외교부를 추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외교부 당국자는 “글래이서 부차관보는 외교부에서 아시아 방문의 개요와 미국 제도 연혁 등에 대해 브리핑 했을 뿐 우리 정부에 어떤 요청을 한 내용은 없었다”면서 “외교부에서 회동한 뒤 재정경제부 관계자들과의 협의에서 어떤 내용이 나왔는 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 것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 금융범죄단속반과 재정경제부 관계자들간 면담과정에서 우리측이 테러자금 조달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을 2004년 2월에 서명, 비준했고 그에 따라 ‘테러자금조달 억제법’ 입법을 준비중이라는 얘기가 오갔다는 게 확인되면서 일단 외교부의 혐의는 벗겨졌다.

어쨌든 미 대사관측이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강한 톤으로 느껴질 만한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측의 강경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인 고려없이 불법행위 여부만을 추적하는 미 금융범죄단속반의 인적 구성을 볼 때 보도자료에 언급된 내용은 “지극히 실무적인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전에 아무런 상의없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냈다는 점에서 미 대사관측에 항의했으며 이에 대해 미국측은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