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북정책, 외교-제재 투트랙 가닥

북한의 지난 9일 핵실험 강행 이후 미국 정부 대북정책 기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큰 원칙과 방향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특히 지난주 일본과 한국,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4개국을 순방,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이행 방안을 중점 논의하고 귀국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북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한 부시 발언의 핵은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 외교적인 해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배합하는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정책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우리가 단결할 때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목적을 더 달성할 수 있다”면서 “라이스 보고의 내용은 동맹국들이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촉구한 데서 이런 의지가 확연히 묻어난다.

말하자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켜 핵 폐기 모색 노력을 계속하되 그런 목표 달성을 위해 대북 제재와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한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북한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끝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추가 미사일 및 핵 실험에 나설 경우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라, 또는 안보리의 추가 결의안 채택 등을 통해 고강도 압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협박과 위협, 벼랑끝 전술에는 철저히 무대응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이날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압살 책동에 가담한다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한국 정부를 위협한 데 대해 “북한의 지도자(김정일)는 위협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런 위협을 한게 처음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위협이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닌 만큼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은 “동맹은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유사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통한 안보공약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조평통의 이날 대남 위협 발언에 대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 5개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6자회담의 틀을 깨기 위한 북한측의 고도의 전략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시가 라이스 장관으로부터 4개국 순방 결과를 보고받았음을 상기시키면서 “보고 내용은 모든 국가들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우리 정부에겐 다소 부담스런 대목이라는 관측도 일부 있다.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채택은 회원국들의 의무사항인 만큼 한국 정부도 이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암묵적 압박으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북한 핵실험 후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등 미 정부 일각에서 대북 제재에 한국 정부가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데 대해 적잖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이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정부에 대한 ‘레드 라인'(red line.금지선)은 핵보유 그 자체가 아니라 핵의 제3국 이전, 즉 알 카에다를 포함한 테러조직들에 대한 이전으로 설정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