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적 한인 방북 조문…정부 왜 쉬쉬했나

정부가 김정일 사망 당시 미국 국적의 한인 3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문 방북한 사실을 뒤늦게 밝혀, 그 동안 쉬쉬한 배경을 두고 의혹이 일고 있다.


3일 통일부에 따르면,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과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 워싱턴타임즈 주동문 회장 등 3명은 지난해 12월24일 경의선 쪽 군사분계선(MDL)과 개성을 거쳐 평양을 방문했다.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보다 이틀 앞서 방북했다. 


개성을 통한 이들의 방북은 40여일이 지난 2일까지 알려지지 않다가 박 사장이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앞서 이들의 방북 소식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됐지만 당시 중국을 통해 방북한 것으로 판단됐었다.


박 사장은 이날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날인 토요일 아침에 DMZ(비무장지대)를 통해 갔다가 30일 돌아왔다”고 밝혔다. 미국 국적이라도 육로 방북을 하려면 우리 정부의 승인 및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미국인이라도 개성을 통한 이들의 방북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과 이들이 조문을 목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들의 방북을 지원했음에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부가 박 사장 일행의 방북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방북한 이후였다”면서 “그러나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자주 방문한 바 있는 박 사장의 방북이기 때문에 밝힐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미국인이더라도 조문 방북이라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밝혀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미국인이며, 평양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통일부가 인지하고 밝힐 이유가 없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부 대변인실은 개성 방북 등을 담당하고 있는 남북협력지구지원단에 협조를 요청해야만 방북 인원들을 알 수 있다”면서 “지원단이 미리 모든 방북인원들을 통일부에 알려주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방북한 시점에 바로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도 “당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의 방북 문제가 결정됐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남북간의 협의와 내부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그 부분에 집중을 했던 것이고, (박 사장 일행 등) 그분들이 간 것에 대해서 특별하게 공개, 비공개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 일행의 방북 사실도 뒤늦게 알았고, 방북 인원도 다른 기관을 통해 알 수밖에 없는 체계이고, 이 여사 등의 방북에 집중하느라 박 사장 일행의 개성을 통한 방북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해명인 셈이다.


결국 통일부는 이들의 육로방북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후 이 같은 사실을 밝힐 경우, 비판이 일 것으로 우려해 의도적으로 쉬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을 제외한 민간단체들의 조문을 불허한 가운데 미국인이더라도 육로방북을 지원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