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 교체 주한미군 재조정에 어떤 변화

미 국방부 장관이 중간선거 결과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으로부터 로버트 게이츠 내정자로 바뀌게 됐지만, 현재 진행중인 주한미군 재배치.재조정은 큰 변화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도 이양 원칙 등 큰 틀에선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다만 한.미간 논란이 됐던 이양 시기는 새 장관이 들어서 업무를 파악하고 나면 일부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미국의 국방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방장관의 교체는 무엇보다 중간선거 최대 쟁점이었던 이라크전과 이라크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인 데다 국방장관이 대북 정책의 주무장관도 아니라는 점에서, 럼즈펠드 장관의 교체가 대북 정책의 변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 재조정 = 미 국방부 산하 국방분석연구소의 오공단 박사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미 제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와 3분의 1 감축 등은 전 세계적인 미군 재편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 만큼 “과거 결정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군 재편 정책의 큰 틀은 럼즈펠드 장관의 독단적인 정책이 아니라 국방부내 민.군 전문가들이 “이론적으로, 기본적으로 동의했던” 것이라는 것.

오 박사는 전시작통권 문제도 “미국이 이미 결정난 정책을 집행 과정에서 번복하는 나라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양시기에 관해선 아직 한.미간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새 장관이 업무를 파악한 후 새 장관의 “관심도와 검토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새 장관의 정책 방향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오 박사는 강조했다.

저명한 군사평론가로 한반도 군사문제에 관해서도 정통한 윌리엄 아킨 전 육군 정보분석관도 주한미군 재조정.재배치는 한.미간 국방 당국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럼즈펠드 단독 구상이 아니므로 장관 교체가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은 지난 9월 미 하원 국제관계위 청문회에서 “미래안보환경에 대비한 주한미군의 재배치.재조정과 재래식 방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맡는 것은 한미동맹의 성숙화 과정에서 합리적인 다음 단계”라며 “사실, 한미 양측은 이러한 조치를 거의 20년간 논의해온 셈”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용산기지 문제를 비롯한 주한미군 재조정 현안들을 “과거 유물 문제(legacy issues)”라며 한국의 사회.경제.정치 변화에 따라 바꿔나갔어야 할 문제들을 방치하다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촛불집회 및 시위를 계기로 문제의 심각성을 “통렬하게 깨닫고” 2003년부터 이들 문제 해결에 공세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대북 정책 = 럼즈펠드 장관은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론의 양축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교체로 강경론의 입김이 줄어들고 대북 협상파가 “일을 해나가기 수월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군사평론가 아킨은 럼즈펠드 장관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주무장관이 아니었다며 “그의 관심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만큼, 국방장관의 교체는 이들 나라에 대한 정책의 변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럼즈펠드 장관의 교체로 이라크 정책에 변화가 오겠느냐는 질문에 “문제는 럼즈펠드 장관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서도 체니 부통령이 있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는 부시 대통령의 인식이 여전하다면 럼즈펠드 장관의 교체만으로 정책 전환을 말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시 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 교체 결정 때 의식하지 않았을 ‘북한의 인식’이라는 면에서,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법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부수할 수도 있다”고 아킨은 분석했다.

즉 “평양이 럼즈펠드 장관 교체를 ‘북한과 전쟁하려는 생각’이 없어진 것으로 인식해 어떤 외교적 해법으로 나오는 숨쉴 틈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게이츠 내정자 대한 정책은 = 게이츠 내정자의 한국과의 인연은 아직 특별히 알려진 게 없다.

한 국방외교 소식통은 게이츠 내정자가 중앙정보국(CIA)에서 공작부서가 아니라 분석관으로 죽 커왔지만 아시아쪽을 많이 담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장관 내정 자체가 한국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모든 게 이라크 문제와 관계있기” 때문에 게이츠 내정자의 대한반도 정책 방향을 점치는 것은 섣부르며, “일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텍사스 A&M대학 총장인 게이츠 내정자의 업무 스타일이 개혁과 개방.유연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것이 한반도 정책에도 적용된다면 외고집형인 럼즈펠드 장관 때와 다를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내정자는 이 대학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불필요한 인력은 과감하게 감축하면서도 대학은 연구능력이 중요하다며 연구진은 다른 부분에서 줄인 인원 이상으로 증원하고, 다양성 확대를 위해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에 대한 문호를 크게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트 내정자는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이던 제1차 걸프전 때 CIA 국장을 지내는 등 아버지 부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A&M 대학엔 ‘부시 스쿨’이 있고, 이 대학에 인접해 부시 기념도서관도 있다.

이라크전으로 궁지에 몰린 아들 부시 대통령의 구원 투수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90년대 초반 이라크와 싸울 때 CIA 국장이었던 게이츠 내정자가 등판한 셈이다.

게이츠 내정자가 이라크 문제 외에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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