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차관 “中, 北화물검색 착수” 발언 진상

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차관이 16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 중국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서 무역물품 화물검색을 시작했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사실 여부와 발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번스 차관은 이날 미국 CBS와 CNN 방송에 차례로 출연해 “중국이 이것을 북.중 국경지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암시를 오늘 아침에 받았다”면서 “중국이 1천400㎞에 달하는 북한과의 국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드나드는 트럭들을 멈추고 검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만 놓고 보면 중국이 안보리 결의에 규정된 화물검색 조항의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북.중 교역도 일반 국가 간의 무역거래와 마찬가지로 수출입 통관절차를 밟아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 발언을 오해에서 비롯됐거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단둥(丹東)의 경우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 트럭은 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한 보세창고에서 세관 직원으로부터 화물 검색을 받고 봉인하는 통관 절차를 밟은 뒤 다시 압록강 다리와 직접 연결돼 있는 해관으로 이동해 출국 확인을 받은 다음에 신의주로 나갈 수 있도록 돼 있다.

통상 화물트럭이 북한으로 나가는 출구를 중국에서는 구안(口岸)이라고 부른다. 구안에는 출입국 검색대도 설치돼 있어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출입 인원에 대한 수속이 처리되고 있으며, 소규모 화물을 들고 북한으로 장사하러 들어가는 보따리상에 대한 통관 검사도 진행된다.

신의주에서 들어오는 북한의 트럭은 양국이 규정한 소정 절차에 따라 통행증을 받아야 단둥으로 들어올 수 있으며, 이동할 수 있는 지역도 단둥에 국한되는 것이 보통이다.

중국은 국제적인 전략물자 수출통제 규범에 따라 대량살상무기나 군사용도로 사용될 소지가 있는 이중물자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북한으로 반입을 철저히 금지해왔으며, 통관검색을 통해 이들 품목의 반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쌀이나 원유 등 북한의 생존에 필수적인 전략물자도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북한으로 수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제가 심한 편이다.

이런 측면에서 번스 차관의 발언은 이런 일상적 통관수속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화물검색으로 오해 또는 무시한 데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각종 정보망을 통해 단둥지역을 훤히 꿰뚫고 있는 미국이 이 같은 북.중무역의 현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점에서 번스 차관의 발언은 북한의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에서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의혹이 있는 화물에 대해선 검색을 실시하겠지만 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북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 간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한편 번스 차관의 발언에 대해 단둥지역의 대북 무역업자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단둥에 있는 한 한국인 대북무역업자는 17일 “오늘 아침에 번스 차관의 발언을 보도한 뉴스를 접하고 현실과 무척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중국이 통관검색을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점을 지적했으면 모를까 이전에도 해왔던 화물검색이 지금 시작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 한국인 대북사업가는 “어제 단둥과 신의주 간 물자 수송을 담당하는 북한의 운수회사 관계자를 만나 “해관(세관)에서의 통관수속 절차는 예전과 같으며 현재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 단둥해관을 다녀온 한 교민 사업가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해관 운영은 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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