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장관 교체, 대북정책은?…”대화 늘겠지만”

대화론자로 알려진 케리가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됐지만, 당분간 미국의 대북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케리를 지명하면서 “미국의 외교를 이끌 완벽한 선택”이라고 자평했다. 케리 지명자는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었고, 상원 외교위에서만 27년간 잔뼈가 굵은 외교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원의 국무장관 인준청문회는 내년 1월 중순께 열릴 예정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벌써 케리를 “미스터 장관”이라고 부를 만큼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인준 과정에서의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케리는 그동안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를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2004년 대선 때는 “부시 행정부처럼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며 “국제사회와 협력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대북 정책에서도 ‘직접 대화’ 등의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전에도 미북 직접 대화를 주장해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 때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선 북한과의 직접 대화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0년 7월 미국 의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전략적 인내’가 ‘전략적 무관심’이 되어선 안 된다”며 “지속적인 외교적 관여정책이 북한을 설득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했다.


케리는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지난해 6월 26일 LA타임스에 한 기고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신중하고 견고했지만 적절하지 않았다”며 “미국으로선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 3월 뉴욕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평화협력국제회의’ 때 북한 이용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직접 만난 일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도발 행위에 대한 보상은 절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등을 통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고 있어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 기조도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핵보유국’으로 기정 사실화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우선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미국은 직접 대화에 관한 검토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따라서 케리도 당분간 이 틀 안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케리가 대화론자로서 기존 미국 입장의 틀 속에서 대화의 기회를 좀 더 열어놓는 정책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핵보유국으로서 양자 대화에 나서려는 북한의 입장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 지명자가 처리해야 할 대표적인 현안으로 이란 핵 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시리아 아사드 정권, 아프간 전쟁 종전 등을 꼽고 있다.


국무장관 교체와 관계없이 한미 동맹 강화라는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욱이 케리는 민주당 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클 때도 앞장서 지지 성명을 냈던 인물이다.


다만, 케리와 박근혜 당선인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더라도 “인도적 목적의 대북 식량 지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은 주목된다. 한미 공조로 국제사회와 제재를 추진하면서 한편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연구위원은 “한미 모두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은 미군유해 발굴 등을 김정은과 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한국계 미국인을 억류하며 미국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 국무부 내 한반도 담당자들의 물갈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장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됐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캠벨 차관보의 후임으로 마이클 시퍼 전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와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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