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BDA 해법’ 재무부 고집 꺾었다

“미국 국무부가 끝내 재무부의 완강한 고집을 꺾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18일 오전 베이징(北京)에서 미 정부의 BDA 자금 해결 원칙을 담은 성명을 발표,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전액 반환키로 했다고 발표한 후 미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워싱턴의 고위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BDA 문제의 완전한 타결은 거의 국무부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는 이전부터 북핵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선 북한이 요구하는 양자접촉과 BDA 문제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반면 재무부는 BDA 북한 동결계좌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었고, 북핵 폐기의 단초를 마련한 만큼 마카오의 BDA은행 계좌에 묶여 있는 북한 자금 2천500만달러를 모두 해제해선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간 국무부측의 강한 협조 요청에도 불구, 지난 14일 재무부의 발표 내용은 상당히 강한 톤이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힐 차관보는 이 발표 이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약속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자 재무부측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힐의 요청을 받고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라이스 장관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면서 “라이스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BDA문제 타결은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 보수 매파에 대한 라이스-힐 라인으로 이어지는 비둘기파의 승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소식통은 “이번 BDA 해법 결정 과정에서 체니 부통령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한 것 같지 않다”면서 “당분간 북핵 문제에 관한한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또 “국무부는 지난 16일까지도 재무부를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면서 “재무부 내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대승적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의 돈세탁 협조 혐의로 BDA 은행을 상대로 지난 18개월여간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온 재무부도 이번 결정 과정에서 자존심과 체면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2천500만달러에 대한 정치적 해결은 용인하되 6자회담 대화의 틀 안에서 인도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을 포함, 북한 인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만 동결해제 자금을 사용한다는 서약을 받아냄으로써 최소한의 체면은 유지하게 된 것이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국무부의 집요한 설득이 재무부의 고집을 꺾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 때 북핵 문제가 순풍에 돛단듯 순항할 경우 보수 강경파들의 입지는 당분간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역으로 북핵 문제가 또다시 암초에 부딪혀 잘 풀려가지 않을 경우 보수파들이 다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한편에서는 이제 북핵 문제는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 그리고 존 네그로폰테 신임 부장관이 과거처럼 체니 부통령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결심을 얻어내는 ‘직보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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