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국방 6자회담 놓고 평가 엇갈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국무·국방장관이 북핵 6자회담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아 주목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7일 “북한과의 6자회담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지금까지 6자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새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가 대(對)북한 및 북핵 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에 착수한 시점에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양 수장이 입장차를 보인 셈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핵 검증체계 합의’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일각에서 ‘6자회담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입장차를 놓고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대북정책의 큰 틀로 공식 제시한 상황에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입장차가 이후 6자회담을 비롯한 대북 및 북핵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6자회담은 북핵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북한과 관련된 다른 문제를 다루는 데도 회담 참가국들에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무부 수장으로서 북핵문제뿐 아니라 여타 북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6자회담틀을 더욱 활성화 시킬 것임을 예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6자회담 내에 (미북)양자회담이 있었다”며 “우리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해 6자회담을 기본 틀로 미·북 양자회담을 적극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미·북 양자회담을 6자회담의 지렛대로 삼았던 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유사하다.

하지만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6자회담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에 대처하는 데 일정 정도 전향적 모멘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의 결과에 완전히 만족한다고 주장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냈다.

그는 “6자회담은 북한이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하거나 우라늄을 농축하는 능력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고, 확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제공해야 한다”며 우라늄 농축문제와 핵확산 문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과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장관이 북핵 6자회담에 대한 평가에 입장차는 당연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 때에도 협상을 주도했던 국무부는 북핵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화에 주력했지만, 국방부는 북핵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에 대비한 안보대책을 강구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및 북핵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를 돌입한 출발시점에 국무부와 국방부 수장들의 입장차는 눈에 띈다. 이 두 수장의 입장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정책에 있어 ‘스마트파워 외교(군사·경제력을 앞세운 하드파워와 외교·문화를 앞세운 소프트파워를 적절히 배합한 외교방식)’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앞세운 국방부·국무부의 본격 힘겨루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핵확산문제는 중요한 문제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고, 미국의 직접적인 외교가 필요할 때 관련국들간 외교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 인정하고 있지만 대화와 협상을 주도하는 국무부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전통적인 입장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이어 “국무부는 북한 핵문제에 가장 완강한 입장을 보인 국방부와 ‘직접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오바마 대통령과의 입장에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면서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시 행정부 말기 대북협상은 ‘라이스-힐’로 이어지는 국무부가 주도해 타부처의 의견은 배제된 것이 사실”이라며 “국방부 등은 국무부의 무리한 양보에 불만이 많아 6자회담 평가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대화를 추진하겠지만, 일단 북핵을 안보상의 위협으로 여기는 국방부가 강한 불만을 제기한 이상 대북 대화의 한계를 깊이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국무부도 과거와 같이 무리하게 대화를 시도하다 북한에 양보만 하긴 어려워, 차차 대북협상도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