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관리 “김정일 국정 장악…核시설 복구 주도”

북한에서는 핵불능화 원상복구 같은 중요한 결정이 김정일의 인지와 동의 없이 내려질 수는 없으며, 현재 김정일의 건강상태는 이러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만큼 좋은 상태라고 부시행정부의 고위관리가 30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핵불능화 복구 조치)의 결정이라면 김정일 위원장이 크게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불능화 복구 조치를 북한 군부 등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일부의 관측을 일축했다.

이 관리는 “(김정일이) 병으로 쓰러진 것은 맞지만 발병의 원인을 ‘뇌졸중’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현재는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국내외 문제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지 못했고, 김정일 건강 이상설로 인해 북한에서 하던 일이 중단됐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과거 북한 문제를 다루는 핵심 부처와 국무부를 두루 거쳤다는 이 관리는 “지금 이 순간 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여전히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건강 문제가 향후 미북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만일 김정일이 와병 중이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상황을 재평가 해야겠지만, 지금 이 순간 김 위원장 와병설이 6자회담 과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송은 이날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미 의회 수석급 전문위원이 “미국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부시 대통령만큼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시 정부와 핵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 고위 보좌관으로 수차례 방북 경험을 갖고 있는 이 전문위원은 “북한은 핵 문제를 놓고 현 부시 행정부 대신 차기 민주당 정부와 거래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북한이 미국 정치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핵폐기를 대가로 지원한 넌-루거 프로그램에 들어간 비용은 미국 전체 국방 예산의 5% 남짓이었다”며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폐기한다면 미국의 경제위기나 구제 금융과는 상관없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비용지출을 언제라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북한이 핵 검증 체계 수립에 동의하지 않는 한 앞으로 북한 핵 문제에 관해서 미국 의회의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난주 미 의회에서 5천만 달러 전액이 삭감된 북핵 폐기 예산을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방송은 최근 불거진 미국 금융위기사태에 대한 미 정부의 ‘구제금융’ 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정도로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두드려져, 북한이 부시 행정부와 핵 협상 타결에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워싱턴 전문가들의 관측을 소개했다.

1일 방북 길에 오른 힐 국무부 차관보가 좀 더 ‘모호한’ 검증 기준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북한은 ‘테러 지원국 해제’를 들고 오지 못한 힐 차관보를 반길 리 없고, 설사 북측과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검증 수준을 낮추지 않는 미국의 협상안은 비생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검증 프로토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결국 북한이 부시 행정부를 넘겨서 다음 미국 행정부와 협상을 계속하려는 신호라고 방송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