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학자들, 남·북한 모델놓고 경제성장 논쟁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경제 포퓰리즘’에 맞불을 놓으면서 중남미 순방을 통해 민주주의, 무역, 경제번영에 대한 낙관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13일 전문가 지상토론에서 남.북한의 사례를 예시하며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갔다.

토론에 참여한 에드 글레이저 하버드대학 교수는 선진국들이 안정된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당연히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추론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시각은 이를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통계적 증거가 없는 한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다만 민주주의보다는 독재정권에서의 경제성장률이 들쭉날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민주콩고공화국의 옛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반(反) 개발독재로 규정하고 이들은 내전 국가를 제외하면 경제성장 면에서 ‘최악’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그러나 고도의 경제성장 경험은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체제에서도 물적.인적자원의 투입을 통해 이뤄진 사례가 있었다면서 리콴유(李光耀) 전총리 시절의 싱가포르, 마오쩌둥 이후의 중국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는 ‘인적자원의 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똑똑한 인재들을 투입하면 다음에는 이들을 어떻게 다스리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는 세계 제2차대전 후 독재정권 하에서 경제가 급성장한 사례가 분명히 있었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체제의 한국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민주주의는 종전 후 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가?

아세모글루 교수는 선거를 치르면서도 전통적 엘리트 집단이 정당, 정치적 영향력, 선거부정, 정적에 대한 위협.암살 등을 조종하는 ‘무늬만 민주주의’인 국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국가에서는 성장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독재정권은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산권을 허용하거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성장을 이뤄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사고방식과 기술로 무장한 신생 기업을 시장에 진입시키는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정치 여건을 갖추지 못했던 것도 이유로 꼽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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