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초강력 대북제재 조치 나오나?

북한이 5일 새벽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포함해 미사일 6기(정부 관계자는 10기)를 발사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 소식을 접한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지만 도발행위”라고 말했다. 미 본토가 사정거리에 들어갈 수 있는 대포동 2호가 발사 40여 초만에 실패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국은 즉각적인 군사적 조치는 취하지 않는 대신 우방국과의 협의 및 UN을 통한 제재를 추진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속 국가들과 긴급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안보리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성명이 채택될 전망이다.

일본은 또 다시 열도 주변에 미사일이 떨어진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초강력 제제를 추진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북-일 ‘평양선언’ 위반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즉각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호의 입항 금지를 발표했다. 만경봉호 입항금지는 북한과의 무역거래 제한에 이어 인적교류까지 단절시키는 초강경 조치에 해당한다.

지난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에도 일본은 북한에 대한 강력제제 의사를 천명할 정도로 흥분했었다. 당시 일본은 대북 쌀 지원과 북-일 직항 노선을 중지시켰고, 조총련계의 자산동결과 대북송금을 정지시켰다.

당시 일본이 기존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정도로 강력한 대북제재를 천명하고 나선 반면, 미국은 미사일 발사가 있은 다음날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열고 1997년 8월 중단된 장거리 미사일 개발-수출 활동의 동결을 위한 미사일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일본은 제재를 앞세웠지만 당시 미국은 대화를 우선했다.

대포동 1호 발사 때와 지금은 모든 것 달라져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직후 미 의회에서는 식량 및 중유 공급 중단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내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미사일 발사 유예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지자 엄포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의 강경 대응이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이듬해 들어 북한과 외교접촉 단절을 풀고 국교정상화 회담을 재개하는 수순을 밟았다.

1999년 9월 북한은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한다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선언을 했다. 이후 북한과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논의될 정도로 대화국면에 진입해 미사일 관련 협상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 바 있다.

2006년 7월은 대포동 1호를 발사했을 때와 북한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달라져 있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시절과 같은 대화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북 경제조치를 완화할 의사가 없는 데다 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 만나도 할 애기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에 본토가 노출됐다는 최악의 상황을 넘긴 이상 군사 공격을 고려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동해나 일본 부근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하거나 북한을 겨냥한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훈련을 실시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 즉시 미국이 요격해 미국이 선 군사조치에 만족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다면 미국은 기존의 대북 경제조치를 한 단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중하는 동시에 한국과 중국을 겨냥해 직접적인 압박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처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정도로 이번 미사일 발사에 위기의식을 가졌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다만,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보지 않는 미국 내 강경여론이 더 큰 힘을 얻게될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일본이 만경봉호 입항 금지 등의 초강경 조치를 동원하고 미국이 북한의 지갑을 더욱 죄는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에 대북 압박 동참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이 상황악화 방지를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재개한다면 미-일의 강화된 경제조치도 유야무야 될 수도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