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대북압박 강화와 6자회담 진로

북핵 6자회담이 반년 가까이 교착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제재와 인권을 소재로 한 미ㆍ일 양국의 대북 압박의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으나 두가지 사안 모두 최종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북한의 반응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북한이 위폐와 마약, 인권 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점을 감안할 때 미일 양국의 압박수위가 임계점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북핵 6자회담 재개의 모멘텀마저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일 양국의 ‘북한 옥죄기’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미 행정부는 작년 9월 촉발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 이후 포괄적이고 치밀하게 북한의 해외 자금줄을 봉쇄하고 있는 가 하면 내달 8일부터 북한 선박으로 제재를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북한내 인권 개선을 위한 압박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8일 한국 국적의 탈북자와 일본의 납북자 가족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납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등 북한인권 개선 의지를 단단히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탈북자 및 납북자 가족 면담은 미국 내 북한 관련 단체들이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를 ‘북한 자유주간’으로 선포한 것과 맞물려 미국내 대북 여론 악화의 정점을 이뤘다는 전언이다.

지난 2004년 10월 미국에서 북한 인권법이 발효된 이후 27일 미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에게 ‘정치적 망명’(political asylum)을 처음으로 허용한 것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의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특사가 “북한 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언급한 점을 거론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기존 탈북자 정책에 큰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도 최근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씨 사건을 정점에 두고 대북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메구미씨 사건과 관련해 한국인 납북자인 김영남씨의 DNA 조사 결 과를 각 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던 9∼13일 도쿄(東京)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를 계기로 공개해 북한을 압박했는 가 하면 납북자 문제 해결 명분으로 국제적 연대를 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메구미씨의 모친인 사키에(早紀江)씨의 미국 의회 증언과 부시 대통령 면담 성사에 한껏 고무됐다.

근래 일본 내 민영방송은 굶주림에 거리를 떠도는 이른바 ‘꽃제비’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쁨조’ 등의 자극적인 주제로 북한 관련 특집 방송을 집중 방영해 북한을 혐오집단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일본의 이러한 대북 압박공세는 차기 총리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9월 총리 선출을 앞두고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2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통한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의 재개와 진전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기대됐으나 두 정상이 ‘원칙’을 확인하는 선에서 종료돼 실망이 적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정부의 마음이 급해져 보인다.

정부는 금융제재와 인권 압박으로 인해 북미간 대결이 구조화돼 가고 있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6자회담 장기 교착으로 미국 내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이른 바 ‘협상파’의 입지가 좁아지는데 주목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핵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만한 북한 자극 발언 또는 행동이 자제되지 않은 채 나오고 있는 것은 협상파의 입지 축소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의 장기 교착으로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가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강화와 인권 압박의 발언과 액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현재의 교착상황을 돌파하려면 북핵, 금융제재,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수뇌부의 결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북핵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돼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방법론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가능한 모든 남북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미국 강경파의 도발이 일정 수위를 넘을 경우 북한의 대응을 낳는 상황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상황 관리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보인다.

정부 당국자가 30일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 인권특사의 28일 월스트리트 저널(WSJ) 기고문과 관련, “전체적으로 편파적이고 왜곡된 시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정간섭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당국자는 레프코위츠 특사를 미국 내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로 지목하면서 “ 최근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성공단 현지에 미국 관계자들이 방문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그에 초조감을 느끼고 그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지난 도쿄 NEACD에서 북미가 기존 입장을 고수해 회동이 불발된데 이어 미일 양국이 북한과 대화보다는 압박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북핵 6자회담의 재개와 진전 여부는 북한에게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어 국제사회의 시선은 북한에 쏠리고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