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정상회담 후 북핵 풍향계 주목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간 27일(워싱턴 시간)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논의가 2.13 북핵 합의 후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로 교착상태인 북핵 문제의 물길을 어느 방향으로 돌릴지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이 BDA 자금 문제를 구실로 2.13 합의의 북한측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 대해 미국으로선 “이례적인”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데니스 윌더 아시아담당 국장대행은 25일 미.일 정상회담에 관한 외신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말했다.

윌더 국장대행은 “인내가 무한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이긴 했으나 2.13 합의를 전후한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의 변화에 일본은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부시 대통령에게 계속 대북 압박을 가할 것을 주문할 것이라는 게 미국 전문가들과 일본 언론의 공통된 전망이다.

윌더 국장이 이날 백악관 기자실과 외신센터 두 곳에서 잇따라 가진 브리핑에서 미.일간 보이는 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윌더 국장은 한치의 틈도 없다고 강조하는 대목은 2.13 합의 전 한.미간 대북정책 이견을 둘러싼 문답을 방불했다.

지난 5일 존 볼턴 전 유엔대사 등 부시 행정부의 ’변신’에 비판적인 보수성향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북핵 정책 토론회에선 미국이 ’지구적 동맹’이라는 일본을 “배신”했다는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18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토론회에선 일본통인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일본 정부와 언론의 “얼굴색이 납빛으로 변했다(livid)”는 말로 일본측의 불만을 전했었다.

그린 전 국장은 이어 미.일 정상회담에선 아베 총리가 북한의 의무이행 시한이 지난 만큼 “이제 압박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라며 두 정상간 “대화는 다시 (대북) 압박문제로 돌아갈 것으로 보며 그게 마땅하다”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북한이 일본인 피납자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윌더 국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납치 문제와 테러지원국 지정 문제간 연계를 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테러 이후 테러활동을 지원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납치 문제를 이유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그대로 올려놓고 있다.

윌더 국장은 또 납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미국 협상팀이 북한측에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측의 관심사에 대한 미국측의 관심을 재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납치문제는 북한과 일본간 실무그룹에서 북.일 양자가 해결할 사안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일.북간 양자 실무그룹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북한이 피납자 문제에 답변을 해야 할 때다”라고 윌더 국장은 말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회담 후 2.13 합의의 이행이라는 미국의 기대와 피납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압박의 증대라는 일본의 주문을 어떻게 배합해 내놓을지 주목된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논의는 북한이 2.13 합의 이행의무를 하게 하는 압박 요인일 수도 있으나, 반대로 북한의 ’5자 이간전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한에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합의이행 의지에 대한 시험기간이 끝났다고 결론을 내리고 아베 총리의 주문을 전폭 수용할 경우 미.일간 공조는 복원되겠지만 한국 및 중국과 관계에서 다시 소음이 나올 수 있고, 반면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이례적인” 인내심을 발휘할 때는 미국의 변신에 “좌절감”을 내부적으로 전하고 있다는 일본쪽의 불만이 표면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윌더 국장이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해 “통일된 전선”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합치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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