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직접대화, 1차위기 도돌이표?

▲ 제네바 합의 당시 갈루치와 강석주, 이 합의는 결국 파기됐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대북 유화정책을 주도했던 전 현직 민주당 인사와 대북 유화론자를 중심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직접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다자회담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미 직접 대화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미 상원 민주당 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24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 행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북한과 직접 대화를 거부해온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북핵 정책을 총괄하고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주도할 대북(對北) 특사 임명을 촉구했다.

이들이 언급한 대북 특사는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했던 윌리엄 페리와 웬디 셔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지난 9일에도 미 방송에 출연 ‘2차 북핵위기 발생 즉시 북한과 직접대화를 했어야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돈 오버도퍼, “북핵 문제 대화로 해결할 황금시기”

대북 유화론을 표방하고 있는 인사들의 북-미 직접대화 촉구도 이어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 존재 사실을 공개한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워싱턴 포스트> 공동 기고문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전제로 핵문제 해결을 밝힌 최근 국면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황금기회”라고 주장했다.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지난 5월 한국 방문에서 “부시 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중국에 아웃소싱(out-sourcing)을 주면서 문제해결의 시기를 놓치고 있다”면서 “미국의 고위 관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직접 대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북한이 핵을 양산하는 체제로 돌입한 상황에서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또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한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전제되어 있다.

이에 대해 프레드릭 존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이미 6자회담을 갖고 있다”며 직접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과 비판론자들 사이에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신뢰 ▲양자회담 위상 ▲핵 포기에 따른 보상 문제 ▲북핵 해결 시한 ▲핵 포기 방법 ▲중국의 역할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1> 부시 행정부와 미 상원 민주당 지도부의 북핵 접근 방식

부시행정부 민주당 지도부
북-미대화 6자회담 틀 내에서 병행하고 있음
(양자접촉은 상호 입장 확인 수준)
독자적 협상 및 타결 공간
(미국이 나서면 북한도 화답)
북한 지도부 북핵 포기의사 없음,
신뢰하기 어려운 대상
안전보장 제공하면 핵 포기
핵폐기 방법 CVID, 핵포기 전제 동결,
보상 논의 시작
구체안 없음(제네바합의 수준)
동결 대 보상
핵폐기 시효 인위적 시한은 없지만
무작정 기다리지 않음
시한설정, 시급히 해결
중국의 역할 협상과정에서 최대한 활용
(대북영향력 인정)
미국이 중국에 의존해서는 안됨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나오게 된 데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신뢰 여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인사들은 북한 지도부가 협상이 가능하며 보상이 주어지면 최소한 핵 동결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시절 대북 유화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북-미 직접대화로는 북한 핵 폐기를 완벽하게 검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정치적 타결을 촉구하는 배경에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중요한 이유이다. 군사적 옵션은 사용 불가능하며 봉쇄도 그 효과가 의문시 된다는 것이다. 자칫 시간만 끌면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거나 군사적 해결을 추진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반해, 부시 행정부는 북핵은 CVID(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며 다자회담을 통해 주변국이 핵 포기와 검증에 협력해야만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북한과 정치적 타결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 추가 개발을 부추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의 주도권을 보장해야만 제재 국면에서 양국의 협력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핵동결 대 보상’은 결국 핵 보유국 지위 갖겠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정부 산하기관 연구원은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있어야 협상도 가능하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 NPT 협정, 제네바 합의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은 북한과 다시 양자협상에 나서는 것은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 악화 조치를 막기 위해 협상 보따리를 들고 평양으로 찾아 가는 것은 핵 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의 협상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교수는 6월 초 한국방문에서 “북한은 파키스탄식 핵 보유국 지위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행보는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불가능하다면 협상을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전략이다.

오버도퍼 교수는 동시에 지금이 북-미 직접 대화의 황금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 포기를 전제로 체제 보장과 에너지 지원을 약속한 ‘3차 6자회담 제안’에 북한이 핵 보유 성명으로 응답한 이유부터 먼저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책임만 전가할 뿐 스스로 핵 포기를 명시적으로 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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