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도쿄접촉에 먹구름…10∼11일 주목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를 계기로 6자회담 참가국 사이의 장외 접촉이 8일부터 시작됐지만 최대 관심사인 북미 접촉 개최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9일 현재까지 남북, 북일, 한일 접촉이 이뤄졌지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사이의 단독 만남이 성사될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도쿄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미 접촉에 대한 어두운 전망은 NEACD 시작 전부터 나왔지만 이날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북미 회담이 열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이는 이번 도쿄 접촉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거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톤이 너무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오랜만에 어렵게 한자리에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북미 간 대화에 진전은 고사하고 대화의 성사 자체도 바라보기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천 본부장의 이런 전망은 8일 이뤄진 남북 협의의 결과를 토대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천 본부장은 9일에도 NEACD 회의석상에서 김 부상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남북 접촉 결과에 대해 “새로운 얘기는 없었다”고 설명했고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새로운 얘기’란 북한의 입장 변화를 뜻한다. 북한은 이번 남북접촉에서 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우리측 설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복귀 조건으로 내 건 종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3월 7일 북미 간 뉴욕접촉에서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해제, 위폐 문제 검사를 위한 북미 간 비상설 협의체 구성, 미국내 은행에 북한 계좌 개설 허용 등을 제안한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지난 7일 가장 먼저 대표단이 도쿄에 도착할 정도로 이번 NEACD를 통한 대화에 임하는 태도는 적극적이었지만 입장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이런 북한의 입장에 강경한 미국의 스탠스를 결합해 보면 북미 접촉에 대한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스탠스가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온다면 그 안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나 위폐 공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먼저 금융제재를 해제하라는 북한 요구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나 차기 회담의 날짜를 갖고 나오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게 미국 입장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측은 지난 1월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이뤄진 힐 차관보와 김 부상 간 접촉에서 금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미 수석대표 사이에 더이상 장외에서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미국은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한 뒤 북한의 해외 자금줄을 죄는 의외의 효과를 본 뒤 오히려 북한에 비해 느긋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 내 대북 대화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도쿄 접촉을 불투명하게 보는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힐 차관보가 가진 재량권이나 유연성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번에는 작년 9월 제4차 2단계 6자회담 때 보여줬던 그의 재량권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인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미 접촉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는 상태다.
우다웨이(武大衛)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9일 도착한 뒤 북한과의 접촉을 갖고 설득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데다 10일 도쿄에 오는 힐 차관보도 한미일 3자 회동을 통해 북한의 입장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남북 접촉의 상황을 힐 차관보에게 설명하고 북미 대화를 통한 접점 모색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희박하기는 하지만 북한이 숨겨 둔 카드를 뒤늦게 꺼내들고 스스로 대화의 문을 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북미 간 단독 접촉이 어렵다면 남북미 3자 접촉 같은 간접적인 방법이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비춰 북미 간 대화 여부는 힐 차관보가 도착한 이후인 10∼11일은 돼야 보다 구체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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