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회담 성사 조건은?…적어도 이정도는 돼야…”

북한이 16일 ‘미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의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관련 구체적인 행동이 전제돼야 대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북한이 지난해 ‘2·29합의’를 해놓고 같은 해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를 깬 전례가 있는 만큼 북한의 선제적인 행동 없이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며 미북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 의무를 지켜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런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하기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제재 국면만 모면하려는 꼼수를 펴면, 미국은 대화에 나서지 않을 뿐더러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미국과 대화를 하기 위해선 적어도 지난해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2·29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2·29합의’에는 미국은 북한에 24만t 규모의 영양(식량)지원을 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유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만 북한이 2·29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란 확약을 받아내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회담에 앞서 이를 위한 물밑 접촉을 갖고 북한의 진정성을 타진할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고위급 회담에 앞서 북한의 책임 있는 간부의 이와 관련 확약을 조건으로 내세우거나 핵·미사일 모라토리움 관련 일부 조치 등을 우선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이 획기적인 것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지난해 2·29합의 정도로 내놓을 수 있지만, 미국이 한 번 속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진정성 있는 행동을 북한이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라고 하는데 미국은 북한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만남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나 IAEA 사찰단 방북 허용 등을 제시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방위 대변인 담화 내용을 보면 북한이 내놓으려는 ‘카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미국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잠정 유예 정도 수준의 조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잠정 중단한다고 하면 (미국은) 비핵화 목표 실현이 아닌 상황 관리 차원에서 대화에는 응할 수 있다”면서 “‘2·29합의’ 당시 보다 진전된 것이 없으면 미국이 얻을 소득이 없다는 것이 조야(朝野)의 분위기로 (북한이) 진전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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