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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은 ‘2·13 합의’에 따라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한 워킹그룹 회의를 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뉴욕에서 열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가 오는 19일로 잡혀있는 제6차 6자회담의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 2·13 합의에 따라 열기로 되어 있는 5개의 워킹그룹 중 ‘미북 관계 정상화’ 그룹은 주로 ‘북핵 문제’ 이외의 것들을 다루기로 되어 있지만 정치적 파급력에 비춰 다른 워킹그룹에 비견하기 힘들다. 특히 북한은 줄곧 미북 간 양자대화와 외교 정상화를 바랐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 또한 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워킹그룹에 비해 가장 먼저 열리기 때문에 이번 회담의 논의 결과에 따라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의 핵폐기 초기단계 이행 조치를 1차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열릴 예정인 6자회담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미북 간 양자회담은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던 양국관계가 2·13합의에 따라 실로 4년 반만에 양자만의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마주앉은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과 양국 외교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튼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2·13 합의에서 나온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對) 적성국 교역법 종료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해제 △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미국내 북한자산 동결해제 문제 등과 향후 미북 워킹그룹 운영 방안에 대해 주요하게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북 연락사무소 상호개설 문제와 외교장관급 상호방문 등 진전된 조치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테러지원국 문제의 경우 미 국무부가 매년 4월말 테러보고서를 내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왔던 만큼 신속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문제도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13 합의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HEU 문제와 관련해선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 선임 연구원이 힐 차관보가 “타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북한의 기존 HEU 관련 평가에서 후퇴해야 했다”고 말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BDA 문제의 경우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30일 이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미 재무부와 국무부 관리들도 북한자금 2천400만 달러 중 800~1천200만 달러의 동결 해제를 권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 결과에 따라 힐 차관보가 북한을 답방하는 형식으로 워킹그룹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특사 방북도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2·13 합의 이후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기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열리는 것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BDA 문제를 제외하고 테러지원국 해제나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문제 등도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과정을 지켜봐 가며 단계적으로 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회담은 미북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입장을 전달하고 의제와 일정을 정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임기내 가시적 성과에 매달려 HEU 문제와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 등을 묵인 내지 포기하고, 영변 핵시설 등에 대한 폐기에만 목표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경우 향후 1~2년내 미북 간 관계정상화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한편 미북 관계정상화 워킹그룹 회의가 끝난 직후인 7~8일엔 ‘일북 관계정상화’ 워킹그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이 회담에서는 일본인 납치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이달 셋째 주엔 ‘한반도 비핵화’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워킹그룹이 베이징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이와 함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초청에 따라 13~15일 방북할 예정이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핵 시설에 대한 폐쇄 조치를 검증·사찰하는 방법과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차기 6자회담이 열리는 19일 안에 미북 워킹그룹 회의를 비롯한 5개 워킹그룹과 엘바라데이 총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핵폐기 ‘의지’가 어느 정도 인지 1차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