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한반도 정세 터닝 포인트 만들지 못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19일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한반도 문제 해법은 양국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합의라기 보다는 중간 접점에서 의견을 모은 것이라는 평가다.


미 백악관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문제를 안보 이슈 중 최고 의제로 꼽았지만 6자회담, 남북관계 문제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 평행선인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후 주석의 발언은 ‘한반도의 평화.안정 유지’ ‘한반도 비핵화 촉진’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안보를 위한 공조.협력 강화’ 등으로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기존 입장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공동성명은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힌 대목은 일보 진전된 입장이다. 지난 14일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북한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가 현재로서는 완전히 명확하지는 않다”고 판단유보 입장을 밝혔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우리는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말한 대목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심을 모았던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데 중국도 입장을 같이 했다. 해석의 여지는 있겠지만 ‘무조건 남북대화 재개’ 주장을 펴고 있는 북한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지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공동성명 문안 작성에서 연평도 포격, 천안함 격침 등의 단어 사용에 강한게 반대해 성명에는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이를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지지하고 있는 미 행정부의 입장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기존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진성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정부도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진정성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건설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그런 입장이 확인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답할 차례”라며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 “정상회담 끝났다고 해서 우리 입장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고 한반도 문제 남북관계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정부 역시 미중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극히 희박할 것이란 입장을 확인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당초 미중간 이견이 너무 커 한반도 문제를 중요 이슈로 논의한다고 해도 큰 방향이나 원칙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구체적인 안이 나올 가능성은 당초 없었다”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한반도 안정, 평화, 비핵화 등 중국의 원칙입장의 선을 넘지 못하고 기존 입장차만 확인했다. 미봉책 수준의 타협이 오히려 향후 미중간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