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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는 뭘까. 부시-후진타오의 만남을 결산해본다면, 특히 북한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협력과 갈등’을 동시에 노정한 자리였다.
부시 미 대통령이 후주석에게 ‘北에 더 많은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자, 후주석은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양국 정상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미국은 압력에 무게를 뒀고, 중국은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후 주석은 미국의 대북 금융조치에 대해서는 ‘북한이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백승현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북한의 국가모델이 다를 수 있지만, 정상국가화를 위해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문제를 둘러싼 미-중간 협력과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폐 등 불법행위와 금융제재 등 북•미간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이 만난다고 뾰족한 해법이 나오기는 어렵다. 미국은 중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겠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다. 또 중국이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배 놔라 감 놔라 하기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은 대북 금융조치가 적잖은 효과를 내자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6자회담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의 대북 금융조치가 북한을 당황스럽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북한의 생존방식을 바꿀만한 파괴력을 지녔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미 후 주석 “미국과 함께 6자회담 진정방안 논의할 것”
미국의 금융조치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도록 하는 촉진제 성격이 강하다. 물론 금융제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현 시점에서 압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당사자간 대화를 통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 주석은 “미국과 함께 6자회담을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조치도 필요하지만 너무 자극하면 오히려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정상국가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접근법이다. 미국을 견제하고 동북 3성과 동반성장을 위해 북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북한에 취하는 수단이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쪽으로 함께 가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국의 대북 기조는 미국의 대북 경제조치가 정점에 다다를수록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도 김정일 체제에 동요 기미가 보인다면 현재와 같은 밀월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정상회담보다는 지난해 8월 시작된 미-중간 전략대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이 금융제재라는 효과적인 수단을 가지게 됐지만, 당분간 중국과 협력과 긴장을 반복하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후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아 ‘좌절감'(frustration)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후 주석의 ‘frustration’ 발언은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외교적으로 매우 ‘절망적인’ 의미로 해석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표현 그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6자회담 프로세스를 주도해왔던 중국의 노력이 중단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지, 부정적 의미를 극대화 시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6자회담 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