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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카드로 빅딜을 시도하거나 북한 내 친중(親中)정권 수립을 용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1일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이후 동북아 정세’ 주제의 한국국제정치학회 연례학술회의에 참석한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대만문제와 긴밀하게 연계된 문제로 인식해 왔다”며 “중국이 북핵 문제를 카드로 대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떨쳐 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미국은 방위부담을 증대시키고 대만해협 위기에 연루될 수 있는 대만독립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대신, 중국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강력한 역할을 주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이 대만문제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큰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빅딜 가능성을 적극 거론했다.
고려대학교 안인해 교수도 “미국이 동북아에서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중국의 경우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대만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미·중간의 빅딜이 일어난다면 이는 곧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면서 “핵을 가지려 하지 않는 지도자로서 친중적 성격을 가진 정권을 용인한다면 중국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문제 평론가 로버트 카플란도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북한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상황을 원하는 것이지, 이것이 곧 김정일 정권의 생존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러한 점을 잘 아는 김정일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통해 북·중 관계에서도 우위를 점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미·중 공조로 대북압박 수위만을 높인 채 고립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또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후 대북정책의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정책선택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정책공조는 한·미간의 이견과 한·중간의 협력, 그리고 미·중간의 갈등으로 인식돼왔다”며 “중국-미국-일본으로 이어지는 3각 공조에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중요성이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선문대 정옥임 교수는 “미국이 태평양 상의 전략적 이해로 대만을 포기하기 어려운 반면, 한반도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적용되는 지역이라는 것”이라며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만을 포기할 수는 없어도, 북한 내 친중정권의 수립을 수용하고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미국의 반대 급부와 북의 완충역할 사이에서 실리를 다지는 중국에게 거부할 수 없는 당근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회피할 수 없는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김정일 정권 교체와 친중 인사의 정권 장악 내지는 대만 카드의 활용 사이에 다양한 쟁점군이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