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군사 당국자들이 북핵과 북한 선박 ‘강남호’ 문제를 놓고 협의를 했으나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셸 플러노이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과 마샤오톈(馬曉天)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제10차 연례 국방협의회를 거행했다.
미중 국방협의회는 군사분야에서 양국간 최고위급 회의로 당초 지난해 10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문제 때문에 연기된 바 있다.
양국 대표단은 최근 2차 핵실험 실시 이후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플러노이 차관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이 진로를 변경하고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의 길로 돌아오도록 한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샤오톈 부총참모장도 회의가 끝난 뒤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 “유엔 제재 결의안을 집행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마 부총참모장은 “미국과 일본, 한국의 관심사는 우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중국 군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선박 강남호를 중국과 미국 양국이 공동으로 검색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국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9일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길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또 양국 선박이 해상에서 대치하는 사건을 피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마 부총참모장은 “중국은 미국의 간첩선이 남중국해를 감시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은 해상 선박 대치사건이 재발하면 양국 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마 부총참모장은 또 “중국과 미국은 7월 중에 해상 군사안전 문제에 관해 포럼을 열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플러노이 차관은 “양국이 가능한 한 사건 발생이 줄어들기를 강력히 염원하고 있으며 사건이 재발한다면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해군은 남중국해 해역을 항해하며 중국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국의 간첩선 운항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자제할 것을 미국에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에 대해 플러노이 차관은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 양국 군사 고위 당국자들의 상호 방문에도 합의했다.
마샤오톈 부총잠모장은 “쉬차이허우(徐才厚)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올해 안으로 상호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 대표단은 25일 일본, 26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대북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