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정부, 김정일건강 `진전된’ 설명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하던 미국과 중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기존 입장보다 다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눈길을 끈다.

미국은 여전히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잘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자체는 인정하는 자세를 취했고, 중국은 ‘언론에 보도된 것 만큼 심한 상태는 아니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반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던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말할 수 없다”는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8일(현시기간) 영국 런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관한 문제에 관한 질문에 “그점을 살펴보고 있으나, 현재로선 그가 얼마나 심하게 아픈지, 사정이 어떤지 완전히 확실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우리는 현재로선 그저 우방들 및 북한의 인접국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장관은 특히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로 인한 불안정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인 미국에 미칠 영향에 관한 질문에 “설사 한반도에서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의 주요 지원무력은 지상군이 아니므로 우리의 군사력 측면에선 무관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우리는 그것(불안정 가능성)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로 그는 “북한의 이웃국가들은 모두 대규모 난민 유입 가능성 때문에 (북한의)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최근까지도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해온 데 비해 게이츠 장관의 언급은 비교적 `진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고위 관리”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이 순간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지도자의 건강 상태”라며 “김 위원장이 32일간 공식활동에서 사라졌다는 점은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 전했다.

RFA에 따르면 이 관리는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북한 지도부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양국(북.미)가 (검증)협상에 복귀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해 ‘지도부 상황’에 문제가 생겼음을 시사했다.

중국도 북한통인 류훙차이(劉洪才)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의 입을 통해 그동안의 ‘모르쇠’ 입장을 바꿔 비교적 ‘친절한’ 설명을 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방문중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공명당 대표를 만난 류훙차이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나쁘지는 않을 수 있다”며 “분명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은 아마 당분간 요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해 건강상 문제는 있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류 부부장은 또 북한내 상황에 대해 “혼란이나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징후는 없다”며 “(북한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무너진다. 이는 모든 나라에 이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해 북한내 불안정 가능성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공통된 관심을 보여줬다.

류 부부장의 상세한 설명은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답변한 이래 취해온 입장과 궤를 달리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에 관해 “북한이 공식 확인하기 전에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17일 같은 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각각 말하는 등 최근 극히 신중한 태도로 선회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와병설과 관련,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최근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북한군의 식량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고 ‘이설(異說)’을 주장한 데 이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병세는 그동안 내외신에 보도된 것보다 가볍고 도리어 김 위원장이 상당한 애정을 보이는 삼남 정운씨의 건강이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이 김 위원장에게 충격거리라는 ‘소문’이 회자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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