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회장 평양행..무엇을 협의할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육로를 통해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게 됨에 따라 방북기간 북측과 어떤 논의를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결로 치닫던 북미관계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지난 4일 방북을 계기로 변화할 가능성을 일부 보이면서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이 억류 근로자 석방 문제를 넘어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다.

◇유씨 석방 기대 증폭 = 현 회장 방북의 최우선 현안은 단연 이날로 134일째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 석방 문제다.

방북기간 현 회장은 북측이 지난 3월30일 유씨를 탈북책동, 체제 비난 등 혐의로 체포한 이후 조사한 내용을 청취하고 유씨 처분에 대한 북측의 방침을 듣게 될 전망이다.

당국은 유씨 석방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유씨가 소속한 회사인 현대아산이 그간 북측과 유씨 문제를 놓고 `물밑협의’를 진행해왔고 최근 드러난 안팎의 상황들은 낙관적 기대를 품게 만들고 있다.

우선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억류돼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이 석방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변화기류를 타고 있는 점은 북한이 유씨 문제까지 매듭지음으로써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만들려 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때 유씨 문제를 제기한 것도 유씨 석방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요인이다.

만약 유씨가 풀려나게 된다면 북한은 유씨를 추방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종결지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6~7월 세차례 열린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계기로 유씨를 남북간 합의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합의는 개성공단에서 남측 인사가 저지른 범법행위에 대해 범칙금 부과.경고.추방 등 세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그 이외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남북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북한이 현 회장을 초청한 상황에서 사건을 장기화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씨를 인도적 견지에서 석방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유씨가 이번에 풀려날 경우 우리 당국도 유씨 문제에 대해 유감 표명 등 일정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남북관계 전환 계기될까 =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이 지난 해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작년 북한이 취한 `12.1 조치’의 일환으로 중단된 개성 관광의 재개로 연결될지도 관심거리다.

만약 현 회장이 2박3일로 예정한 방북 기간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유씨 문제 해결을 약속받고, 박왕자씨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 및 재발방지 장치 마련에 대한 언급을 받아낼 경우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문제가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북한의 로켓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대북 압박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터라 북한에 현금을 주는 사업인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는 문제는 우리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과 현대아산 간에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한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북핵 관련 정세 변화와 국민 여론 등을 두루 감안,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 문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유씨 문제를 마무리 짓고 우리 정부는 이미 이달 초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및 방북 허용 등을 통해 핵실험 이후 걸어뒀던 빗장을 푼 대북 인도적 지원을 본격 추진하는 그림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선 현 회장의 방북이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개별 면담한 몇 안 되는 남한 인사 중 하나인 현 회장을 평양으로 부르고 거기에 더해 육로를 열어준 것 자체가 남북관계 전반에 긍정적 신호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면담할 경우 그것은 현 회장을 매개로 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가 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현 회장 방북을 계기로 유씨 문제 등을 해결하고 현 회장을 통해 전향적인 대남 메시지를 보낼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과감한 대북 접근 의지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10일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현 회장이 비록 특사는 아니지만 정부의 메신저 역할을 함으로써 유씨, 연안호,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인도적 식량.비료 지원 등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현 회장의 방북은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조금 더 진전시키는 것은 남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