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전문가 “대북제재 오히려 北 뒷받침”

유엔 대북 제재가 북한 체제를 오히려 뒷받침하는 측면이 있다고 독일의 북한 전문가인 캐린 얀츠 박사가 20일 주장했다.


독일 비정부기구(NGO) ‘저먼 애그로액션’의 북한 주재 담당관으로 5년간 평양에서 근무한 얀츠 박사는 이날 주중 독일대사관에서 ‘대나무 장막에 가려진 북한에서의 5년’을 주제로 설명회를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대북 제재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못사는 이유가 국제사회가 우리를 적대시하고 있기 때문’이란 식의 핑곗거리를 제공한다”면서 “오히려 북한의 체제 선전과 단결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얀츠 박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의 생일 축하행사가 상당히 대규모로 열렸다는 점도 암시했다.


그는 “평양사무소의 북한 직원들이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날 출근했다 곧바로 축하 행사에 간다고 미리 퇴근을 했다”며 외부 인사들까지 초청해 대대적으로 열렸음을 내비쳤다.


북한 사람들이 후계자 김정은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 알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얀츠 박사는 “남측으로부터 2년 이상 비료공급이 중단된 것이 북한의 식량 수급에 큰 타격을 입혔다”면서 “그러나 오히려 유기농 비료를 만들고 농지를 개간하는 등 전화위복의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식량난이 심각하지만 정부의 공식발표보다는 훨씬 많은 실제 생산량이 있기때문에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5년간 평양 근무과정에서 친환경적인 텃밭 개간과 도시 농업을 지원한 그는 “북한의 사정은 중국의 개혁개방 전인 30~40년 전보다 낫기 때문에 텃밭개간을 통해 생산량을 높이고 개인경작 규모를 넓혀나간다면 중국의 승포제(承包制. 경작권을 국가로부터 일정기간 임대하는 제도)와 같은 농업개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북한의 화폐개혁을 재앙이라고 표현한 얀츠 박사는 “화폐개혁은 북한인뿐 아니라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모두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외화사용까지 못 하게 되면서 화폐개혁 초기 일주일새 1유로가 40원에서 140원으로 뛸 정도로 갈팡질팡했고 평양의 통일시장은 2월 초까지 일부 음식만 판매할 뿐 거의 폐쇄되다시피 마비됐었다는 것이다.


또 7~8개 지역에서 만나본 농민들도 화폐개혁 직후 새 화폐에 대한 신뢰가 없어 식량을 쌓아놓고 팔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얀츠 박사는 그러면서 “북한은 식량난도 문제지만 에너지대란이 사회발전을 더 크게 가로막고 있다”면서 지난겨울 평양 사무소에 난방이 안 되고 전기가 끊길 정도로 사정이 심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 사회는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핵개발을 하면서도 사회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하고 교육열이 높고 중국과 유럽 등에서 교육받은 엘리트들의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얀츠 박사는 북한 사회가 안정적이냐 불안하냐는 질문에는 “북한 체제는 60년 이상 계속돼 왔으며 1990년대 대기근 상황도 극복해 왔다”면서 조속한 시기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 농업성과 외무성 등 정부기관과 오랜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는 그는 “아니다(NO)란 북한의 반응은 표면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이는 본격적으로 협상을 해보자는 초청장 같은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김정일 북한 위원장의 4월 방중설과 관련, 얀츠 박사는 북한 인사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가서 많이 배워오길 바란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고도 했다.


토지 관리와 농업을 전공한 그는 1985년 중국 농민들에게 친환경 농법을 전수하면서 동아시아 지역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05년 부임한 북한에서는 엄격한 당국의 통제 속에 일반 가정을 방문하는 등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고 교류해 왔다.


‘저먼 애그로액션’은 유럽연합 지원계획(EU Program Support)에 따라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유럽 지역 6개 NGO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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