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의료진 김정일 ‘풍선확장술’ 어디서 했나?

김정일이 5월 중순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풍선확장술’(경피적 관상동맥확장술, PTCA)이라는 심장 질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초, 일본 주간지 ‘주간현대’가 김정일이 5월 초 심근경색을 일으켜 평양의 김만유 병원에서 ‘관동맥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봉화진료소는 김정일 패밀리를 비롯해 북한의 최고위 간부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고도의 외과수술 장비가 없기 때문에 심장병과 관련한 수술은 독일제 최신 기자재가 갖춰진 김만유 병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저하게 등급제가 적용되는 북한의 병원 제도를 감안해 볼 때, 김만유 병원이 아니라,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봉화진료소에는 김정일 전용 병원인 ‘1호 진료소’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경호원으로 일하다가 탈북하여 남한에 입국한 이영국 씨(45)의 수기 ‘나는 김정일의 경호원이었다'(시대정신)에는 북한의 병원 등급제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 책에 따르면 북한은 주민들을 계급에 따라 10여 등급으로 나누고 그 등급에 따라 각각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는 ‘병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 최고위층이 진료 받는 곳은 보통강 구역 신원동에 있는 봉화진료소다. 내각의 부장(장관급)과 당중앙위원회 부장들의 직계 가족 등이 진료 받는 병원이다. 봉화진료소는 일반과와 특별과가 있다. 일반과는 부장급 간부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고, 특별과는 당정치국위원, 후보위원, 당중앙위원회비서, 내각 부총리 이상을 대상으로 진료한다.

김정일이 봉화진료소에서 치료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 병원에 김정일과 그의 친척들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1호 진료소’가 있기 때문이다. 봉화진료소는 김정일의 호위를 담당하고 있는 호위총국에서 24시간 경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병원이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동 평양산원 옆에 있는 남산진료소다. 내각 부부장(차관)과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인민군 중장, 해외 파견 대사급의 직계 가족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평양 주재 외교관도 이 병원에서 치료 받는다.

세 번째 등급의 병원은 평양의학대학병원과 조선적십자중앙병원이다. 이 병원들의 진료과는 당중앙위원회 과장과 부과장, 내각의 국장급과 그 직계 가족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 다음 등급이 김만유 병원과 평양 제1병원이다. 당중앙위원회 성원과 각급 위원회 처장 및 과장, 그 가족들은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주간현대’가 김정일의 수술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한 김만유 병원은 굳이 서열을 구분한다면, 4등급에 해당한다.

북한에는 그 외에도 인민군 장령과 그 가족을 진료하는 제2진료소와, 상좌 이상 대좌와 그 가족을 치료하는 간부진료소가 있다. 일반 노동자 농민들은 공장 진료소나 마을에 있는 리(理)진료소 또는 동(洞)진료소에서 진료를 받는다.

북한은 김정일의 신변 보안에 철저한 사회다. 김정일이 수술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떤 수술을 했는지, 어디에서 했는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병원이 아닌 김정일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나 평양시에 위치한 별장 등 제3의 장소에서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