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에 대한 억지는 ‘核’만 가능, 핵무장 금단의 영역인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우리 사회에는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강화하자는 주장에서부터 극단적으로 대북 선제공격론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서 우리의 안보를 충만히 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제시하면, 우리의 생존과 주권을 보호해줄 핵무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북한이 기어이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3년 2월 12일 이후 3년 만의 사건이다. 자신들은 수소탄(수소폭탄)에 의한 핵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정황상 아직까지는 수소폭탄의 확보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핵실험의 소재가 무엇이었냐 보다는 북한의 핵 능력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올 인(all-in)해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점증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또 다시 ‘냄비 근성’이 작동하고 있다. 지난 세 차례의 북핵 실험 때도 그랬거니와 이번에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커다란 안보불안을 호소하며, 다양한 대응책들을 중구난방 식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 달도 못 돼 언제나처럼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북한 핵의 위험성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른바 ‘북핵 불감증’이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은 과거 세 차례의 그것과는 달리 훨씬 위험하고 우리의 깊은 주의를 요하고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주로 부각된다. 첫째, 핵탄두의 투발수단인 장거리 미사일 능력과 결부지어 생각할 때의 경우다. 북한은 지난 해 이미 세 차례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을 진행했다. 그 성공 여부에 관해 아직까지는 비관적인 평가가 많지만,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향후 1,2년 내에 SLBM의 성공적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SLBM의 위력은 익히 알려져 있는 바다.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킬 체인(Kill Chain)이나 한국형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우려스러운 무기다. SLBM에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이 탑재되는 경우 우리의 안보는 영락없이 북한의 볼모가 될 것이다.

둘째,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한 좌충우돌 성격을 감안할 때 우발적인 핵공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경한 제재가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김정은이 이번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의도는 상식이나 이성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만큼 무모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우리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제쳐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나날이 비등하고 있는데 우리의 안보전략은 어떤가? 항상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북한의 메가톤급 핵도발이 터질 때마다 우리 정부는 언제나 유엔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이번에도 북한의 핵실험 직후 나온 국가안보실의 발표는 “정부는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용인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규정된 대로 모든 핵무기와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인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국제규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도 그럴듯하기는 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관련된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우리 정부가 유엔 차원의 대응이나 미국과의 공조를 먼저 모색하면 북한의 ‘통미봉남’ 주장을 우리가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 우리는 북한 핵무기의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의 국가안보는 스스로 책임져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방법론이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로서는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 데 있어 크게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첫째,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재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실질적인 억지력이 되지 못한다. 그 까닭은 미국의 전술핵무기 사용의지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1957년에 도입돼 1991년에 이 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까지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는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저지를 때에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크고 작은 국지도발을 수차례 감행했다. 예컨대 1968년의 1․21사태로 알려진 청와대 습격 미수사건,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을 비롯해서 1974년 8월 15일 박대통령 암살미수사건, 1983년 10월 9일의 미얀마 랑군 폭파사건, 1987년 11월 29일 KAL기 폭파사건 등 북한은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도발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미국은 한 번도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바로 이 같은 핵사용 의지의 결여는 대북 억제력의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더라도 그 운용권은 미국에 귀속된다는 사실이 대북 억지력의 실질적 유용성을 반감시킨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현재 미국이 공약하고 있는 핵우산 제공, 즉 확장억제와 별반 다른 효과를 지니지 못하게 될 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사건에서 보았듯이, 전술핵을 재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전쟁도발 행위에 대해 전술핵을 사용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설령 전술핵무기의 사용 의지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핵우산의 작동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고 이 조약의 실행은 미국의 헌법 절차, 즉 미국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불완전한 약속이기 때문에 미국의 의지에 우리의 생존을 완전히 의존만 할 수는 없다. 최근에도 리비아 사태나 IS(이슬람 국가)와 관련하여 지상군 투입을 그토록 오랫동안 망설이는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은 언제까지 지켜질까 라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그렇다면 남은 방안은 핵무장으로, 이를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다른 옵션으로 우리 정부는 재래식 무기의 첨단화를 추구했으나 핵무기 앞에는 별반 유용성이 없으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의 핵능력은 괄목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의 핵개발 기술 수준은 핵기술 보유국인 이태리, 스페인, 캐나다, 브라질 등과 동급인 세계 10위권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 원전에 쌓여 있는 사용 후 핵원료는 1만 톤 이상 되는데 이는 플루토늄을 수십 톤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며, 핵폭탄으로 치면 100만 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문제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사안이다. 우리가 핵을 개발하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제재로 큰 어려움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데서 나오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 등 비공식적인 핵보유 국가들이 핵무기를 가지면서 가시적인 경제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이 나라들은 중동문제, 對테러, 중국 견제 등의 전략적 가치 등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고 있고 핵무기 개발도 묵인 받았다. 미국은 1998년 인도가 지하핵실험을 강행하자, 인도에 경제제재를 부과했었는데 2001년부터 인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 매년 30억 달러씩, 파키스탄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매년 20억 달러 이상씩 미국의 무상원조를 받는 실정이다. 그 까닭은 제재의 실효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미국의 국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나라들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NPT의 조항 10조 1항의 규정에는 주권 행사 차원에서 자국의 이익이 위태로울 경우 NPT를 탈퇴할 권리를 갖도록 규정해 놓았으며, 이를 3개월 전에 조약당사국과 UN 안보리에 통고만 하면 된다. 그런 나라들에 대해 미국이 이렇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 나라들이 미국의 국익에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충실히 보조를 맞춰온 한국이 미국에게 파키스탄이나 인도보다 결코 못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세계 수출 7대국, 군사력 8대국, 종합경제력 10위권의 위상을 지니고 있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경제제재를 부과할 수 있을까?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린치핀(linchpin)으로 비유한 한미동맹을 파기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과 무역관계로 얽혀있는 국제사회 대다수 국가들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고 미국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심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경우 부과될 경제제재나 한미동맹의 파기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된다.루이스 페이지(Lewis Page)나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Rodric Braithwaite)와 같은 국제정치학자들은 핵무기에 대한 억제는 핵무기로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와 같은 공세적 현실주의자뿐 아니라 케네스 왈츠(Kenneth Waltz)와 같은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조차 핵에 대한 대응은 핵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는 데 있어 제약조건으로 대두할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세련된 논리 개발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핵을 보유하고 이로 인한 국내외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 안보는 가장 보수적인 관점에서 정립돼야 할 근본 가치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유연성도 개입할 공간이 없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천착해야 한다. 한 국가가 적의 침공을 받아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거나 국가 자체가 소멸하는 경우, 그 후에 국제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가의 생존과 안보문제를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스스로의 힘을 길러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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