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신고 갈등 분출…美北 힘겨루기 끝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지난해 11월 제공했다고 공개했지만 미국은 아직 북한으로부터 전면적인 핵신고를 받지 못했다고 즉각 대응하고 나서면서 미북간 극심한 갈등 양상을 초래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우리는 사실상 자기할 바를 다한 상태”라며 “우리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핵 신고서를 작성했으며 그 내용을 미국측에 통보했다”고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북차 2차 위기를 촉발했던 농축우라늄프로그램(EUP) 문제와 시리아로의 핵이전설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불능화 작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행동 대 행동’원칙을 강조하면서 다른 참가국의 약속 불이행이 이유라고 강변했다.

미국은 예상대로 전면적이고 완전한 핵신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즉시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받지 못했다”며 “6자회담에서 합의된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북한이 빨리 신고를 제공할 것을 우리는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북한이 미국에 일부 내용을 설명한 바 있지만 공식 핵신고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게 해야 한다”면서 이를 최종 신고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핵 6자회담 ‘10∙3 합의’를 통해 3개의 영변 핵시설(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핵연료봉제조공장)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를 연내에 완료키로 했었다.

미국은 핵계획 신고가 북한의 북핵폐기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핵 계획 신고서에는 EUP 문제, 북-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 영변 원자로를 통해 추출된 핵원료인 플루토늄의 생산량과 용도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은 공식 해명 이외에도 지금까지 EUP(농축우라늄) 문제와 핵확산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플루토늄의 생산량에 대해서도 30kg이라고 밝혀 미국이 그간 추정해온 수치와는 크게 차이를 보였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북핵 협상의 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받았던 불능화 작업도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의 신고∙불능화 완료까지 지원하기로 한 중유 45만t과 중유 50만t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 지원 중 현재까지 중유 15만t과 철강재 5천10t이 제공됐다.

북한 외무성의 공식 담화에 따라 핵 계획 신고 여부를 두고 미국과 북한이 분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북핵문제는 한동안 답보상태에 머물게 됐다. 북한은 더 이상 움직일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미국은 북한을 재촉할 다른 수단도 없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관리들이 북한의 신고 완료가 두 달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 때까지 미국은 인내심을 갖고 관계 국가들과 대책을 우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직후에 “신고는 이뤄져야 알 수 있는 것이며, 그 때까지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 참가국들을 통한 대북 압박도 예상된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이달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들을 순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는 별도로 참가국들의 북핵 불능화∙신고 절차 이행 과정에 따른 대북에너지 지원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해제 등 미국의 조치는 북한의 정확하고 분명한 ‘핵신고’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미국이 핵 계획 신고가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 고리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성의 있는 핵 신고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조치는 불가능하다.

당분간 미-북간 핵신고를 두고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양국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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