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불능화-중유 100만t 지원’ 어떻게 나왔나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에 동의하고 이에 상응해 중유 100만t 상당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출됐을까.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 KBS 1라디오의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8-13일)에서 ‘2.13 합의’가 만들어진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에너지 요구 규모가 어떤 과정을 거쳐 축소됐는지를 생생하게 전했다. 천 본부장은 “북한이 처음에는 연간 전력 200만㎾에 해당되는 것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중유로 환산할 경우 400만t에 가까운 엄청난 양이었다.

천 본부장은 그러나 “(북한의) 이야기를 아무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자 북한은 “200만t 달라”는 요구로 말을 바꿨지만 역시 다른나라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

냉담한 반응에 실망한 북한은 한국 대표단을 찾았다. 남북 양자회동에서 북측은 “(중유로 치면) 100만t은 꼭 가져가야 되겠으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북한은 폐쇄(shut down)를 전제로 이런 요구를 했다. 그러나 회담장 분위기는 ‘폐쇄조치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게 대세였다. 여기서 천 본부장이 묘안을 제안한다. ‘북한이 폐쇄 이상의 불능화(disablement) 조치를 취할 경우 중유로 치면 100만t 정도를 주자’는 것이다.

여기서 천 본부장은 북한에 주는 에너지를 중유에 한정하지 않으면서 식량이나 다른 품목의 지원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른 나라들의 지원을 유도했고, 결국 이것이 협상 타결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천 본부장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상대국 교차방문 문제에 언급, “한달내 미.북간에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을 열게돼 있는데 두 사람이 참석하는 그런 실무그룹이 될 것”이라며 “힐 차관보가 얘기한 것은 자기가 1차 회의는 미국에서 하겠다. 김 부상을 초청해서 하겠다. 그리고 그 다음 회의는 김 부상이 (자신을) 초청하면 평양에도 갈 수가 있고, 그런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의장을 맡는 에너지.경제협력 실무그룹 회의와 관련, 천 본부장은 “3월19일 이전에 열리는 6자회담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3월 중순 이전에 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이어 일본의 에너지 지원문제에 대해 “한달내에 일.북 관계정상화 실무회의가 열리고 거기서 납치문제를 거론하고 나면 일본도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부도상태에 있는 나라에 대해 국내법상 새로운 지원을 할 수 없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빨리 부채 청산을 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송전도 할 수 있고, 북한에 옛날 자기들이 건설한 발전소를 수리한다든지, 이런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저한테 했다”고 천 본부장은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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