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미사일 해법…김정일을 北내부에 몰두케하라

김정일정권의 전방위적 협박과 민간인 인질극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을 남측 관계자의 접견도 불허한 채 사흘째 억류하고 있다. 미국 여기자 2명에게는 불법입국 및 적대행위 혐의를 적용, 기소절차를 밟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중간 조사결과’라며 “증거자료들과 본인들의 진술을 통하여 불법입국과 적대행위 혐의가 확정됐다”고 31일 보도했다.

북한의 ‘법대로’라면 여기자 2명은 최고 10년 이상 노동교화소에 감금될 수 있다. 노동교화소는 영화 ‘크로싱’에 나온 집단노역소를 떠올리면 된다. 사람들이 죽어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북한에 법다운 법은 없다. 법 위에 김일성·김정일의 교시와 말씀이 존재한다. 김정일이 여기자들 석방하라고 하면 석방될 것이고, 사형하라고 하면 사형이 집행될 것이다. 결국 김정일의 엄지손가락에 그들의 운명이 달린 것이다. 지금 북한은 ‘로그 스테이트’(rogue state·조폭국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잘 훈련된 조폭집단’이라는 사실은 주(駐) 영국 대사 자성남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자 대사는 지난 달 26일 영국 의사당에서 열린 행사에서 “못 산다고 우주개발을 못한다는 유엔결의는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목과 부하가 이렇게도 ‘혼연일체’가 되어 있으니, 마피아의 돈 클레오네나 알 카포네도 지하에서 김정일을 부러워할 만하다.

김정일 정권의 이 협박극의 정점은 어디일까? 그것은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다. 김정일은 한 미 일 중 러 유럽의 눈길을 집중시킨 다음 대포동 2호를 쏘아 올릴 것이다. 그러면 세계 언론들은 “북한은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에 성공했다”는 식의 기사를 연일 쏟아낼 것이다. 개중에는 “대포동 2호가 아니라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가 맞다”며 끝까지 열변을 토하는 모자라는 매체들도 나올 것이다. 대포동 2호가 올라가는 모습은 연일 TV 뉴스 화면을 장악할 것이다. 그러면 제1막(幕)은 내려진다.

그 다음 제2막은 ‘평화 모드’다. 김정일은 “자, 이제부터 나 하고 협상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줄 서봐라”고 할 것이다. 미 여기자 석방문제도 이때부터 진행될 것이다. 언론에는 ‘미-북 평화무드 급물살 타나?’ 식으로, 2년 전쯤 김계관이 크리스토퍼 힐을 찾아서 워싱턴을 방문하던 시기와 비슷한 대사가 흘러나오고 이때부터 강석주, 김계관은 무대에 등장하기 위해 슬슬 준비운동을 할 것이다.

이 ‘김정일 감독의 유랑극’은 91년부터 계속 되풀이돼 오면서, 핵과 미사일의 내용만 “미사일 탑재 불가능한 조잡한 수준의 1~2기”(95년 미 CIA)에서 최근 “노동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제조에 이미 성공”(국제위기그룹, 3월31일)까지 변해 왔다.

국제위기그룹의 대니얼 핑스턴(Pinkston) 소장은 익명의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하여 “핵탄두들은 노동미사일을 관리하는 인민군으로부터 독립돼 관리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휘하는 별도 조직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성공했다는 정보는 사실 10년 전 나온 이야기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는 97년 망명한 후 “김정일 정권은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을 만들었다. 다만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떨어질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 당시 황 전비서는 그 말을 해준 당사자가 북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이름을 밝히진 않다가, 한참 뒤에 ‘전병호 군수공업담당 비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 황 전 비서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황 전 비서는 “대부분이 북한의 기술로 미 본토까지 어림없다는 반응들을 보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황 전비서가 군사분야에 근무한 적이 없으니 정보 담당자로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 분야에서 ‘휴민트’(사람을 통해 얻는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이 한국에 오기 전까지 김정일이 어디서 잠을 자고, 어디서 집무하는지 정보당국도 구체적으로 몰랐다는 게 현실이었다.

4월 1일자 조선일보 ‘북 소형 핵탄두 이미 개발’이라는 기사는 이미 북한 미사일 발사가 몰고 올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군사 전문기자는 “북한이 실제로 노동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제조에 성공했다면 대포동 2호 등 미 알래스카 등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썼다. 맞는 말이다. 김정일은 대포동 2호가 몰고 올 파장을 잘 알고 있다. 자기가 연출하는 연극의 총감독이 ‘관객들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겠는가?

지난해부터 북한당국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계의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갔다고 한다. 김일성은 생전에 “조선(북)은 나라가 작고 인구도 적으니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는다. 좋은 명성이든 나쁜 명성이든 세계가 한번이라도 우리를 쳐다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먹고 살 길이 생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계의 관심을 끌어라’는 지시는 김일성의 유훈인 셈이다. 북한이 세계의 관심 끌 수 있는 방법은 핵과 미사일밖에 없다. 따라서 핵, 미사일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김정일이 올리는 무대에 우리가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미국, 일본도 그 무대에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직접 핵과 미사일을 한 미 일에 쏘려고 하면 사전에 완전 무력화시켜야겠지만 ‘실험’을 하겠다고 하면 그냥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다. 언론이야 관심을 갖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한 미 일이 대북정책의 전략적 틀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들이 내놓은 방안이 적지 않은 만큼 췌언(贅言)을 달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제안은, 이처럼 되풀이되는 김정일 대외 협박 연극을 분쇄하자면 김정일이 북한 내부의 일을 단속하는 데 몰입하도록 만드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내부적으로 자신의 정권을 지키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김정일 장군님’의 전체주의 수령독재 정권을 내부적으로 흔들어버리는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은 매우 좋은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야 한다. 북한에 시장을 확대시키고, 북한 주민들을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각성시켜서 스스로 개방정부를 만들도록 끊임없이 추동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인류 역사의 발전 방향과 대의명분을 보더라도 명(名)과 실(實)이 상부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외교부, 국정원, 국방부는 북한에 개방정부 수립을 위한 ‘셰도우 캐비넷’(shadow cabinet)을 만드는 전략적 방안 실현에 돌입해야 한다. 6자회담 등 핵무기 폐기를 위한 북한과의 협상은 협상대로 하는 것이고, 또 개방정부를 세우는 물밑작업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외교부는 양지에서, 국정원은 음지에서 이 일을 수행해야 한다. 90년대 초 한중 수교를 위한 물밑작업을 북한 몰래 수행했던 것처럼 북한지역에 ‘개방 정부 수립’을 위한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외교부, 국정원은 이를 위한 팀 편성과 인원 확충을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외교와 정보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다. 한반도의 지리정치학적 위치가 그렇게 되어 있다. 외교관과 훈련받은 정보 요원 수를 많이 늘여서 다가올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한국이 중심이 되어 ‘북한 개방정부 수립’이라는 전략적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20년 묵은 김정일 감독의 핵·미사일 유랑극을 종식시키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