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도미노’를 무기로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

“내 이번에 카터 보구 회담할 때 (미국이) 유엔에서 (핵문제를 상정해) 제재하겠다고 하는데, 할 테면 하라, 이때까지 우리는 제재 받구 살았지, 제재 안 받구 산 적이 없다. 다 제재한다, 우리를. 일본도 제재하지, 당신들(미국)도 제재하지. 우리는 제재 받고 살았다… 우리가 못살 것이 뭐이가(뭔가). 그랬더니 (카터가) 제재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래, 취소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나는 마찬가지다. 못사는가 봐라, 우리는 더 잘 산다.”
 
이는 북한이 신으로, 태양으로 떠받드는 김일성의 마지막 육성 유훈이다. 1차 북핵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그가 사망하기 이틀 전인 1994년 7월 6일 마지막으로 주재한 경제부문 책임간부 협의회에서 한 발언이다.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96년 11월 단독 입수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서 새로운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 데 대하여’라는 교시로 편찬된 당시의 회의록과 비디오 테이프에서 김일성은 “제재 받고도 이만큼 사는데 제재하려면 똑똑히 하라우. … 카터는 나에게 우리나라에 제재를 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우리에게 경수로를 대주도록 하겠다는 것, 제3단계 조(북)-미회담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을 약속했어. 결국 미국은 내가 제기한 문제를 다 받아들인 셈이야”라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이뤄지고 김일성이 마지막 육성유훈을 남기고 사망한지도 20여년 세월이 흘렀다. 그간 북한에서는 여러 큰 사건들이 있었다. ‘신과 같은 김일성도 죽다니’ 하는 허망함속에 세월의 무상함을 증명하듯 절대 권력자 김정일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손자 김정은이 할아버지 흉내를 내면서 북한 통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들도 가고, 세월도 가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고 생생히 살아있는 것이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야심이다. 작년 12월 12일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북한은 1만km사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3일 또 다시 결의를 채택했고 제재를 더욱 강화했다.


북한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안보리 결의 2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으로 대응했고, 다음날에는 국방위원회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비핵화 포기 선언, 9·19합의 무효화, 지금까지의 모든 대조선 안보리 결의 배격 선언, 대조선 비핵화 회담 폐기선언을 쏟아냈다. 또한 지금까지의 우주개발, 인공위성 허울마저 벗어던지고 “우리가 계속 발사하게 될 여러 가지 위성과 장거리 로켓도,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 시험도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진심을 토했다.


핵 실험도 시사했다. 그리고 이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국들의 비핵화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결의채택에 동조한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서는 “세계의 공정한 질서를 세우는데 앞장서야 할 큰 나라들까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미국의 전횡과 강권에 눌려 초보적인 원칙도 서슴없이 버렸다”고 후려갈겼다.


우리의 제재가 정말 약하긴 약한가 보다. 사치품을 금지시키면 벤츠를 수백 대 구입해 간부들에게 뿌리고, 기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오리발 내밀듯 간판을 바꿔달고 나온다. 개인들은 명함과 여권을 바꾸면 되고, 그것도 불편하면 아예 사람을 바꿔치우면 된다. 은행계좌가 위험하면 007가방에 현금다발을 꽉 채우고 온 세계를 누비면 된다.


대북제재, 유엔결의 집행에서 중국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를 제대로 하려면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이 북한에 그어놓은 레드라인(한계선)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새빨간 레드라인부터 내려와 보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중국과의 전쟁(No), 중국이 개입해야 하는 한반도에서의 또 한 차례 전쟁(No), 북한붕괴와 대량난민 발생(북한 변수), 통제 불능 수준의 북한의 핵무장화(북한 변수), 동북아 핵 도미노(?), 북한의 대남, 대미도발(이는 이미 중국의 레드라인이 아님) 등이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이중에서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 생각할 것도 없다. 그리고 한가지 밖에 없다. 핵도미노를 무기로 중국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하는 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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