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개발에서 마약밀매까지…’국제 마피아’ 김정일

‘핵무기 개발’ ‘대량살상무기 거래’ ‘위조지폐 유통’ ‘마약 밀거래’…


남미나 유럽 지역 악명높은 마피아 집단의 활약상(?)이 아니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저지른 국제범죄 중 ‘굵직한’ 사례를 열거해 놓은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기술 및 부품들을 암거래 했다. 또한 ‘통치자금’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마약을 재배해 밀거래 했을 뿐 아니라 초정밀 위조달러를 제작, 유통시켜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했다.  


이같은 북한의 국제범죄는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극한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체제 생존을 보장받고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과 권력기구를 활용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미국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가 공개한 북한 영변 핵시설 일대의 위성사진. 직사각형의 건물 형상과 크레인 등이 나타나 있다. 왼쪽이 9월 29일자, 오른쪽은 11월 4일자다./ISIS 홈페이지
核무기 개발 등으로 국제사회 안보 위협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누적돼왔던 경제 불황, 배급체계 붕괴, 자연재해 등 북한 내부의 총체적 문제를 타개할 생존전략으로 ‘핵무기’를 택했다. ‘국제안보’를 담보로 독재권력의 수명 연장을 노린 것이다.  


북한은 한 때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1985년)하고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1992년)을 발표하는 등 핵무기 위협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화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핵사찰’ 요구가 지속되자  NPT 탈퇴라는 위협 카드를 꺼낸다. 결국 NPT 체제 붕괴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시설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에 경수로 건설 제공을 약속한다. 


미국으로부터 40억 달러 규모의 경수로 제공과 관계개선을 이끌어낸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 조사를 거부하는 ‘배짱’을 부린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북한은 “미국이 3억 달러를 지불하면 지하핵시설 사찰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거래를 유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핵협상을 통해 핵개발 시간을 번 북한은 2002년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IAEA 핵 사찰단을 추방한다. 그 다음해에는 NPT를 탈퇴하면서 핵무기 개발 야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2005년 핵보유 선언을 하고 2006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과 함께 핵실험을 단행했다. 유엔(UN) 안보리는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제재결의안 1718호를 채택했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을 초청,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을 공개해 북핵 국면을 새롭게 전개시키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ICBM의 개발을 완료하면 동쪽으로는 미국, 서쪽으로는 동유럽을 사정거리에 두게 돼 국제 안보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이 전 세계 분쟁지역에 WMD 핵심 기술을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김정일은 아프리카·예멘·시리아 등에 WMD 기술 및 부품을 수출했고, 특히 이란과는 핵과 ICBM 기술을 교류해 국제 안보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수십억달러가 소요되는 핵개발 비용을 경제 분야에 투자하다면 지금의 경제 파탄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 차원의 마약 생산과 밀매…김정일 ‘비자금’ 마련 목적


또한 김정일이 본격적인 권력 중심부에 등장한 1970년대부터 북한은 정권 차원에서 마약을 생산, 밀매해 왔다. 39호실은 노동당 비서국의 김정일 통치자금 전담 부서로 마약 밀매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김정일에게 상납했다.  


특히 김정일은 1992년 8월 양귀비 재배사업을 ‘백도라지’ 사업으로 공식화하고 100달러 이상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백도라지 영웅’ 칭호를 부여하는 등 국가기간을 총동원 해 필로폰과 헤로인을 생산했다.


또한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이용해 외교관들이 마약을 직접 운반하거나 외교 행낭 편으로 각국의 북한 공관으로 보내 현지에 공급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마약범죄국(UNODC)은 북한을 헤로인 생산과 밀거래의 중심국가로 지목했고, 유엔의 재정지원을 받는 세계 마약류 통제기구인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북한을 각성제인 메스암페타민의 주요 생산국으로 꼽았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은 북한이 이 같은 마약 밀수를 통해 연간 1억~2억 달러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중국은 북한산 마약의 최대 피해국이다. 국가적 판매 외에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마약을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중국 동북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산 메스암페타민(히로뽕)은 중국 동북지방으로 밀매된 뒤 톈진(天津), 베이징(北京) 등 다른 중국 지방으로까지 퍼져가고 있다.


특히 국가가 강요한 ‘백도라지 사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강제로 농사에 동원되는 것 이외에도 생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약을 접하며 중독자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 마약의 해외 판로가 하나둘씩 막히면서 내부로 역류하는 현상이 심화됐다. 북한 마약 수출입 담당자들이 은밀히 내부에 마약을 유통시키기 시작하면서 북한 내 마약 중독자는 증가추세를 걷고 있다.


초정밀 100달러 위조지폐 ‘슈퍼노트’ 유포


미화 100달러 위조지폐 ‘슈퍼노트’도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의 작품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가 평안남도 평성에 위치한 평성상표 인쇄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곳은 북한의 조선중앙은행 산하 기관으로 노동당 재정경리부의 지도를 받는 곳이다. 이는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위조지폐 제조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러한 위폐 제조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위폐 제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 수법을 보면 1990년대 이전에는 저급한 질(質)의 위폐를 무역대금 지불 시 진폐에 섞어 소량으로 유통시키다가 90년대 이후에는 진폐와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초정밀 ‘슈퍼노트’를 찍어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와 관련 미 의회조사국(CRS)은 2009년 현재까지 거래되거나 적발된 북한산 ‘슈퍼노트’는 최소 4500만 달러 이상이며, 북한은 슈퍼노트를 통해 연간 1500~2500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39호실은 마약밀매·위폐 유통 등을 통해 벌어들인 ‘김정일 비자금’을 스위스·마카오·홍콩·일본·영국 등지에 분산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됐던 2500만 달러도 39호실에서 관리하던 김정일의 비자금이었다.


이렇게 착복된 김정일의 비자금은 대부분은 김정일 일가의 호화 생활비와 고위층의 충성 유도를 위한 선물 등에 쓰인다. 2008년 북한이 사들인 고급 양주, 승용차 등 사치품만 1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는 중국에서 고급 승용차 200여대를 수입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슈퍼노트 외에도 가짜 담배로 5억2000만~7억2000만 달러, 헤로인·히로뽕 등 마약으로 1억~2억 달러, 국제보험사기로 5000만~6000만 달러, 소형무기 수출로 520만 달러 등을 매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