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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룰’을 둘러싼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간의 전면전에 당이 균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두 주자의 샅바 싸움에 국민들도 덩달아 대선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양 진영은 ‘8월-20만 명’(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 2:3:3:2)합의 내용 중 여론조사 반영을 두고 비율(20%-朴)로 할 지 숫자(4만-李)로 할 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양 캠프의 입씨름이 감정 싸움으로 번져가는 추세다.
반영비율에 따라 경선 승리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양측의 양보 가능성은 낮다.
지도부의 중재안에 대한 합의도 불투명하다. 박 전 대표 측은 중재안 자체가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거부’입장을 이 전 시장 측은 중재안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돼 일단 관망하고 있다.
이처럼 ‘경선 룰’ 공방이 격화되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에서 양 진영 수장의 위기대처 스타일, 세 대결, 지도부 사퇴, 분열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朴 ‘전투형’ 李 ‘전문경영인형’=먼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위기돌파 스타일이 관심이 관심을 끈다. 박 전 대표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면돌파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이 전 시장은 상황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선 룰’ 공방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최일선에 서 있다. 지난 4일 ‘4자회동’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일성을 내뱉은 이후 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거듭 자신을 생각을 알렸다. 당 대표 시절 탄핵 정국을 정면 돌파했던 여 장부의 모습 그대로다.
반면 이 전 시장은 논란의 중심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것 보다는 박형준, 진수희 의원 등 참모들을 전진 배치했다.
실제 이 전 시장은 “여기서 답변하고 저기서 답변하고 하면 마찰이 생기니까 참고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나설 경우 ‘전면전’으로 내비쳐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자신에게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선두에 서서 참모들을 이끌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은 ‘전투형’, 한발 물러서 있으면서 참모들을 전진 배치하는 이 전 시장은 ‘전문경영인형’으로 비쳐지고 있다.
▶본격 ‘세(勢)대결’ 벌어지나?=현행 당헌에 따라 ‘경선 룰’ 변경은 전국위원회 권한이다. 따라서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도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결국 전국위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 이 경우 본격 ‘세 대결’은 불가피하다.
김형오 원내대표의 ‘중재안 전국위원회 표결’ 주장도 극단적 충돌에 대한 미봉책일 뿐이지 격돌을 막지는 못한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중재에 나선 강재섭, 김형오(5개 중재안, 전국위원회 표결) 등 당 지도부의 안에도 부정의 뜻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공은 전국위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지도부 중재안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이 전 시장도 “결국 전국위에서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당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전격적인 ‘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선 ‘전국위원회’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세 대결’로 치달을 경우 이, 박 어느 측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도부 총사퇴론’ 부각 가능성= 김 원내대표는 7일 “경선 룰 확정 이후 현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사퇴에 부정적인 강 대표도 결국 ‘경선 룰’ 확정 이후 사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도부 총사퇴’ 문제는 결국 시간 문제다. ‘재보선 참패’ 지도부 책임론이 일시적으로 ‘봉합’국면으로 전환됐지만, 양 진영의 ‘경선 룰’ 충돌에 대한 중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따라서 ‘경선 룰’이 결정되는 시점에 지도부의 총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로선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열린 전국위원회를 전후해 새 지도부 구성에 대한 밑그림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선 룰’ 합의 도출 실패시 분열 가능성=권영세 의원 등 중립을 선포한 ‘당 중심모임’과 ‘희망모임’ 등은 빅2의 극한 대결 양상이 자칫 당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다. 지도부도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양측이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면서 극한 대결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한쪽이 당을 뛰쳐나가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연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을 깼다’는 비판을 감당하는 것은 양측 모두 버거운 선택이다.
이 전 시장 측 진수희 의원은 데이리NK와의 통화에서 “1등을 내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이 먼저 당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이끌었던 박 전 대표도 탈당 등의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 측 한선교 대변인도 통화에서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당을 지켜왔던 분”이라며 “극한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 주자 간은 갈등 요인이 단순히 경선 룰만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에 섣부른 전망은 금물.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검증 공방’이나, 후보검증위 구성, 시∙도당위원장 및 당원협의회장 선출 과정에서 ‘자기사람 심기’ 경쟁 등이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