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북·안보’ 비전 文·安과 차별화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5일 발표한 외교안보통일 정책은 이상주의적 대북접근에 경도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이번 대선에서 세 후보는 국민들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부 정서에 편승해 대북정책까지도 탈MB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였다. 야권 후보들은 2차 핵실험,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에서 보여준 북한의 호전성은 도외시한 채 만남, 대화, 협력, 경제통합 같은 이상적인 말 잔치를 이어갔다. 심지어 안 후보는 노무현-김정일 대화록의 NLL 양보 논란으로 불거진 안보 이슈에서도 한발 비켜서 있었다. 박 후보는 이러한 대선 분위기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도발 및 핵미사일에 대한 억지력 강화와 북한인권 개선 같은 진보진영의 표를 의식해 회피했던 대북 이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박 후보는 “우리와 더불어 통일시대를 열어갈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도주의와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호혜적 경제협력과 민간교류, 인도적 지원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인권과 지원의 조화는 대북접근의 균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문·안 두 후보가 계승하겠다고 밝히는 DJ-盧의 햇볕정책은 북한 정권의 요구에만 부응하는 외눈박이 정책의 성격이 짙다. 인도지원도 간부층에만 돌아가는 시스템이 고착화 돼있다. 따라서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억압국가에 대해 개혁과 인권에 대한 고려가 생략된다면 햇볕은 결국 북한의 체제 수렴적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에 관한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언급하면서 도발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동시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일환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남북 및 국제사회와 합의한 내용을 이행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도 갖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되면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문 후보의 일방적인 대북 협력노선보다는 그나마 균형감각은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문 후보는 1년 안에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기존 협력사업뿐만 아니라 10·4선언의 전면적 이행을 다짐한 바 있다.


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지난해 8월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 기고문보다 현실주의적 접근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이 현실성을 더 담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개혁개방과 체제 몰락 가운데 선택을 요구할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원칙을 다 포기하고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해야만 평화가 유지되고 통일이 된다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 후보의 안보 통일정책 발표를 계기로 문과 안 후보도 대북 이상주의를 냉정하게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햇볕정책이 북한 개혁개방을 이끈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지배층의 입맛에 맞춰 체제를 연명해주고 평화를 구걸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