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씨, 걷거나 선채로 등 뒤에 총맞아”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 씨의 피살 사건을 조사중인 정부 합동조사단은 1일 오전 최근 실시한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군에 의한) 총격은 고 박왕자 씨가 정지해 있거나 천천히 걷고 있을 때 100m 이내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총기연구실장은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 박왕자 씨와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총격은 100m 이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의탁사격(고정된 자리에서 총을 올려놓고 쏘는 것)일 경우에는 100m, 추격 중일 때는 60m 이내의 거리에서 사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의 주장대로 박 씨가 도주하는 상황이었다면, 사거리는 100m 이내보다 가까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또한 “고인과 동일한 체형으로 제작된 마네킹에 동일한 위치의 총창(銃創:총상자국)을 만들고, 이 총창을 통해 레이저 광선을 투사함으로써 사격지점과 방향을 추정하는 탄도실험을 실시했다”며 “이 외에도 동일한 소총을 이용해 다양한 거리에서 사격실험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의실험 결과를 통해 “박 씨가 피격 당시 정지 상태거나 천천히 걷고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만약 빠른 속도로 달렸을 경우 총탄이 들어간 자리와 나간 자리가 지면과 수평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발사 위치와 관련 “박 씨의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2시 방향과 또는 4시~6시 방향으로 추정된다”며 “각각 2발이 발사됐을 가능성과 전후방에서 각각 발사됐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물식별 실험을 통해서는 “새벽 5시경에도 이미 50m 거리에서 남녀 식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북측이 박 씨가 관광객임을 충분히 인지한 다음 사격을 가한 것이냐”는 질문에 “시력이 좋은 사람과 떨어지는 사람 모두에게 실험을 해 봤지만 관광객임을 알았는지 여부에 대해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모의 실험은 ▲산책 또는 질주시 이동거리 소요시간 측정 ▲사격거리 또는 사격 방향을 추정하는 탄도실험 ▲다양한 사거리별 사격실험 ▲사건발생 시간대의 사물 식별 시험 ▲총성 인지 실험 등 5가지에 걸쳐 진행됐다.

박 씨와 신체적 조건이 비슷한 50대 여성을 선정해 이동거리별 소요 시간을 측정한 결과 100m를 이동할 경우 모래사장에서는 대체로 1분20초~1분30초가 소요됐으며, 산책로에서는 1분22초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래사장에서 800m를 이동할 경우에는 12분26초가 소요됐으며 500m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데에는 2분33초가 소요됐다.

김 실장은 북측의 의도성에 관한 질문에는 “모의실험을 가지고는 북한의 의도성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다”며 “단지 (북한군이) 쏠 당시에는 목표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정지 상태라는 것은 인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합동조사단 단장인 황부기 통일부 회담연락지원부장은 모의실험 결과 발표에 앞서 “사건과 관련해 북측의 주장이 타당한지 검증하기 위해 이틀 동안 모의실험을 실시했다”며 실험 개요를 설명했다.

그는 “사건과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산책 또는 질주 시 이동거리 소요시간 측정, 사격거리 또는 사격방향을 추정하는 탄도실험, 다양한 사거리별 사격실험, 사건발생 시간대의 사물식별 실험, 총성인지 실험 등 5가지 모의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황 단장은 “합동조사단의 모의실험은 북측의 주장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밝히는 한편 당시 사건 현장을 재구성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진상을 정확히 밝히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진상조사단의 방북 현장 조사가 빠른 시일 안에 이뤄져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