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비난-대화 강조, 南南갈등·정권교체 유도 속셈”



▲북한 김정은이 1일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 김정은이 1일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기인한 작금의 남북관계 파탄 원인을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으로 호도하며, 적극적인 위장 평화·대화공세를 펼쳤다. ‘제재와 압박을 통해 비핵화, 북한의 변화 촉진’ 기조를 내세우던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좌우대립을 부추기면서 향후 대선 정국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 비판하며 “남조선(한국) 당국은 우리의 애국·애족적 호소와 성의 있는 제의를 외면하고 반공화국 제재압박과 북침전쟁소동에 매달리면서 북남관계를 최악의 국면에 몰아넣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정은은 “동족끼리 서로 싸우지 말고 겨레의 안녕과 나라의 평화를 수호하려는 우리 입장은 일관하다”면서 “파국상태에 처한 북남관계를 수수방관한다면 그 어느 정치인도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고 할 수 없으며 민심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우리 사회 내 혼란스러운 정국을 적극 활용했다고 지적한다.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언급은 기존에 되풀이하던 대남적화술인 통일전선 차원의 주장일 뿐,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정권이 들어서도록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데일리NK에 “북한이 신년사에서 한국의 대통령 실명을 언급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김정은이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끝났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통상 대남 비난을 펼칠 때 ‘남조선 호전광’이나 ‘남조선의 군부세력들’ 같이 껄끄러워하는 일부를 타깃으로 하는 문구를 써왔다.

유 원장은 “김정은의 대남관계 언급을 보면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파탄된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 이는 상투적인 대남통일전선 차원의 주장”이라면서 “북한이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외치지 실제로 남북관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김정은의 말에서 내포돼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이 원하는 것은 진보정권이 차기 정부에 들어서는 것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른바 햇볕정책이 재개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신년사에서는 이렇게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피력한 것이고, 일종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전민족적 범위에서 통일운동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김정은의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한국 정부의 대선 국면에서 전방위적 평화·대화 공세 등 통전공세를 감행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 소장은 “김정은이 보수를 반대하는 반(反)보수 연대를 결속시키겠다는 언급을 반복적으로 했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궁지에 빠진 상황을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원하는 한국 내 모든 세력과 ‘대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보수 세력을 밀어내면서 소위 진보세력과의 결속을 의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원장도 “김정은이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남한 대선정국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면서 “평화·대화 분위기를 한국의 진보정권이 활용하게 할 속셈이다. ‘대선’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선에 개입할 의도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정은은 미국에 대해 “민족의 주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매우 강한 적대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작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평화협정 체결’ 제안은 올해엔 생략하는 등 신중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하고만 대화하면서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는 ‘통미배남(通美排南)’정책 대신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선남후미(先南後美)’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익명의 대북전문가는 “현재 트럼프가 집권한 상황은,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뒤집기 위한 절호의 기회일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진보정권이 탄생하려는 분위기를 북한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한국 내 좌우대립은 물론,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시키기 위한 책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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