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1만명 방북, 남북간 신변보호 장치 시급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주민의 신변 안전을 위한 관련제도 확보와 정비의 필요성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북한 방문객이 2006년 처음으로 연간 1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15만8천명으로 월평균 1만명을 웃돌았는데도 방북자의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남북 당국간 제도적 장치 마련은 답보 상태다.

14일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남북 당국이 방북자의 신변 안전에 관해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는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에 대한 ‘출입.체류합의서’가 유일하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나 대북지원을 위해 방북하거나 개성관광을 나서는 경우에 대해서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선언적인 신변 보장’이 정부 차원에서 갖춘 안전장치의 전부라서 사실상 “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대한 출입.체류합의서도 세부적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정작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남북이 합의서에 대해 서로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입씨름만 하기 일쑤다.

이번 박씨 피살 사건과 관련, 정부는 북측이 ‘(남측)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제10조)는 출입.체류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13일 지적했으나, 북측은 “비법적으로 울타리 밖 우리측 군사통제구역 안에까지 들어온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

피살 장소인 북측 군사통제구역을 금강산관광지구로 볼 수 있는지가 위반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남북 당국간 자기 주장만 되풀이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한 북한법 전문가는 “현재 남북간 합의된 규정으로는 북측의 군사통제지역을 금강산관광지구로 포함시키기 어렵다”면서 “이는 북측이나 현대아산이 관광객들에 대해 북측의 통제구역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얼마나 적극적으로 조치를 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은 금강산뿐 아니라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내에서는 금강산과 같은 남북 당국간 출입.체류합의서가 적용되지만 개성공단을 오가거나 공단을 벗어나 북측 주민과 교통사고나 폭행사건 등으로 형사사건에 휘말릴 경우는 북한법 절차에 따라 남한 당국의 힘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북측의 조사와 처리를 받아야 한다.

최은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개성관광객이나 일반 방북자 등 특구 이외의 북측지역에서도 신체, 주거, 재산 등에 대한 불가침 보장이 제도적으로 남북간 합의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특구 이외에서 사건.사고 발생시 북측 법에 의해 불법 행위로 간주돼 북측에서 조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2000년과 2007년 각각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법적으로는 전혀 보장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다녀온 것”이라며 “방북자들의 신변 안전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남북간 형사사법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상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판사)도 “북한에서 남한 주민이 사건.사고를 당했을 땐 남한 당국도 현장 조사를 벌이거나 남북 공동조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북이 어떤 형태로든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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