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6만원 벌어도 하루 세끼 옥수수밥”

▲ 나선(나진-선봉) 장마당 쌀매대 풍경

“돈 10만원이 맥이 없어요.” 10만원이 있어도 쓸 게 없다는 북한 주민의 한숨섞인 말이다.

최근 북한돈 원화가치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002년 7.1 조치 이후 계속돼 왔지만 돈이 특권층에 집중되면서 영세 주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회령 주민 박현식(가명) 씨는 30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을 만한 중국 점퍼 한 벌에 3~5만원, 고기 1kg에 3천원, 기름 한 병에 2천7백원씩 한다. 한 달 동안 벼른 후에 돈 10만원(한화 3만원 남짓) 을들고 장마당에 나가면 산 것도 별로 없는데 빈털터리가 된다”고 말했다.

중국 화교의 물건을 받아 지방에 넘겨주는 도매상을 하고 있는 박 씨의 월 수입은 30만원(한화 10만원). 북한에서 괜찮은 부류에 속한다. 아내와 아들을 둔 박 씨 가족은 이 돈으로 밥이나 먹을 정도라고 한다.

네 식구가 한달 동안 살아가려면 1kg에 1천원씩 하는 쌀 50kg(5만원)과 1kg에 350원 정도인 옥수수 20kg(7천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 한 병에 2천700원, 고추가루, 식초, 마늘, 파 등 부식물을 사면 가격이 거의 쌀값과 맞먹는다.

여기에 1kg에 3천원 하는 돼지고기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먹는다고 한다. 나머지 돈을 세 식구의 의류와 박 씨의 담배, 술 등으로 쓰면 3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도 박 씨는 ‘배부른 소리’를 하는 편이다.

서민은 돼지고기 한달에 한번 못먹어

회령 남문 장마당에서 국수장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김정옥(가명) 씨의 월 생계비는 6만원(한화 2만원) 가량. 김 씨는 세 식구의 살림을 책임진 가정주부다.

하루 종일 국수를 팔아야 손에 쥐는 돈은 2~3천원. 한 달 벌어봐야 6만원 가량인데, 이 돈은 순전히 먹는데 들어간다. 장사밑천은 꿈도 못 꾼다고 한다. 쌀밥은 엄두도 못 내고, 옥수수 70kg(2만 3천원), 기름(2,700원), 콩(1kg 950원) 등 부식물을 사면 바닥이 난다.

회령 기계공장에 다니는 김 씨 남편의 월수입은 4천원. 쌀 4kg을 사면 그만이다. 남편한테만 매달리면 굶어죽기 십상이라 10년 전부터 국수장사를 시작한 김 씨는 “이렇게 같이 벌어도 겨우 옥수수밥을 먹고 산다. 한 달에 고기 1kg 사먹기도 힘들다. 아이에게 고기를 먹여본 지도 오래 됐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회령시에는 화교들과 장사하는 상인, 외화벌이 일꾼,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은 박 씨와 같이 하루살이로 산다.

최근 인민보안성에서 “4월부터 배급을 주니까, 장사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 장마당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품을 팔던 주민들은 “배급을 주지 않으면서 잡아떼면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인가”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보안원들의 장마당 단속은 중국 공산품 가격만 올려 놓고 있다. 단속이 있기 전에는 매대에서 흥정했지만, 지금은 구매자가 상인을 찾아 다니고 있어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

한편 최근 국제시장의 달러 약세 영향은 북한 암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중국 위안화와 달러의 비율이 1달러 8원은 변하지 않는데, 달러와 위안화에 따른 북한원화의 변동은 하루가 다르다. 중국에서 수시로 환율정보를 받아 환전 장사꾼들이 적용시키기 때문에 북한이라고 결코 ‘환률고정지역’이 아니다.

최근 달러화 약세로 북한 원화 대 달러, 원화 대 위안화 비율이 몇 달째 하강선을 긋고 있다. 박 씨는 “1월에는 중국 인민폐 100원당 북한 돈 4만2천원까지 올라갔지만, 지금은 100원에 3만 6천500원으로 대폭 내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