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6자회담국들과 잇단 `외교갈등’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일본 정부가 최근 여타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도 이런 저런 외교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와 독도 문제로 우리나라와 껄끄러운 외교 마찰을 빚고 있으며 납치 일본인 유골문제로 북한과도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도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요구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토분쟁 중인 북방4개섬 반환 문제로 러시아와 신경전 중이고, 심지어 밀월을 구가해온 미국과도 최근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 철회 문제로 갈등 중이다.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본과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이런 갈등과 대립, 분쟁이 조속한 해결을 필요로 하는 북핵문제에 악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대처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 韓과는 `독도ㆍ과거사’ 갈등 = 일본이 외교적으로 직면한 난제 중 난제다.

한동안 잠잠했던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월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독도의 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에 알려지면서다.

우리 정부는 현해탄 너머로 `경고 시그널’을 연이어 보냈으나 이에 아랑곳 않는 중앙정부의 방관속에 시마네현은 조례안을 상정해 총무위를 통과시켰다.

이 와중에 지난 달 23일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일본대사가 주재국 수도 한복판에서 “독도는 명백한 일본땅”이라고 말해 대일감정은 폭발 일보직전까지 치달았다.

우리 정부도 즉각 주한일본공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으나, 일본대사를 추방하고 주일대사를 소환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3.1절 기념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과거사에 대한 배상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정부에 직격탄을 날리자 한일 양국은 냉기류에 휩싸여버렸다.

잇따라 제기된 경고에도 일본정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결국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이 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방일을 전격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8일 일본 아사히신문의 경비행기가 독도상공 무단진입을 시도하다 우리 전투기 출격으로 물러갔고, 9일에도 통상적인 작전이긴 하지만 일본해경 해상초계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부근에 접근, 한 때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게다가 11일 공개된 일본 우익 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소샤(扶桑社) 역사교과서 개정판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한층 은폐.미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양국이 정한 `한일 우정의 해’는 일찌감치 금이 가버렸다는 지적이다.

◇ 北과는 `가짜유골’ 갈등 = 북한은 작년 11월 일본 정부에 전달한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을 일본이 `가짜’라고 주장하며 대북제재를 거론하자 `날조’라며 연일 비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비난은 일본 정부가 유골감정 결과를 날조해 과거청산을 회피하고,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와중에 9일 `네이처’ 온라인판은 유골을 감정 당사자인 요시이 도미오(吉井富夫) 데이쿄(帝京) 대학 교수가 유골 샘플 오염 가능성을 시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는 그간 `가짜유골’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보여왔던 `당당한’ 태도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가짜유골’을 둘러싼 북한의 대일공세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일고 있는 독도와 대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고강도로 일본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5일 “일본은 독도를 강탈하려는 날강도적인 책동을 당장 걷어치워라”고 비난했고, 7일자 노동신문도 “지은 죄는 감출 수 없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는 법”이라며 일본 정부의 성실한 과거사 청산을 촉구했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8일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서한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 中과는 `과거사ㆍ臺 전총통 방일’로 갈등 = 과거 침략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해온 중국은 최근 일본정부의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전 총통 방일허가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으며 일본은 마땅히 역사를 되돌아 봐야 한다”고 우리 정부와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며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작년 12월16일 일본 도쿄 고등법원이 중국인 종군위안부 4명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데 대해서도 “종군위안부 문제는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중대한 범죄 중 하나”라며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1월 자신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대만 독립주의자인 리 전 총통의 방일을 허가하자 `중일 여당교류 협의회’ 연기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중국정부가 추진 중인 `반국가분열법’을 반대하는 일본과 미국 등을 겨냥해 “외국 세력은 개입권한이 없다”며 대만문제에 대한 간섭을 경고했다.

◇ 러시아와는 `북방4도 반환’ 갈등 = 러시아는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북방4개섬 반환문제를 놓고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은 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일본에 초청해 북방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러시아명 쿠릴열도) 반환 약속을 받는다는 목표로 협의를 추진했으나 러시아가 2개섬 반환에만 응하겠다고 해 당초 구상은 물건너 간 상태다.

이와 관련,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지난 달 26일 “`와 주십시오’라고 머리를 숙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오는 5월 러시아 정부 주최의 `2차대전 승전 6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美는 대통령이 나서 “쇠고기 수입금지 철회하라” = 사실 일본이 `무조건 기대고 싶은’ 국가는 미국으로 현재 그다지 가시화된 마찰은 없다.

6자회담을 비롯한 외교문제에 있어서도 일본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려 하기보다는 미국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9일 고이즈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 철회를 `대놓고’ 요구했다.

이는 미국이 일본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철회 압력을 강화하던 가운데 나온 `믿을맨’의 발언이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도 9일 한 특강에서 한일간의 독도 마찰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 묻는 질문에 “나는 사학자가 아니라 단순한 협상가일 뿐이지만 역사를 존중할 줄은 안다”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