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호주 대북지원 대행설에 곤혹

북핵 폐기 대가로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에 제공키로 했던 중유 100만t 상당의 에너지 가운데 일본이 납치 문제 미해결을 이유로 보류하고 있는 20만t 상당의 에너지(약 170억엔)를 호주 등이 대신키로 하는 방안이 전해지면서 일본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에너지 지원 문제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 카드로 삼겠다는 전략이었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른 국가들이 호주를 유력 카드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호주 이외에 유럽연합(EU) 카드도 거론되고 있다.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방안들이 구체화될 경우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유력한 압박 수단을 잃어버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고민이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지난 21일 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문제에 대한 조정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일본 정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어디가 대신 지원에 나설지 말지는 6자회담의 틀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2일 “이런 논의가 진행됨으로써 6자회담에서 일본의 발언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이 문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이뤄지면서 일본 외교가 손상을 받은 직후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북한이 일본 몫의 에너지를 다른 나라로부터 받게 된다면 일본은 북한에 대해 납치문제 재조사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신문에 대해 “다른 나라가 에너지 지원에 나선다면 일본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납치 문제 진전이 없는 한 에너지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했으나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계속 일본의 에너지 지원 참가를 요구했으나 납치 문제 해결이라는 내부 문제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렵고 이를 계속 거부할 경우 일본이 북핵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란 것이 고민이다.

일본이 일부 언론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흘리는 것도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