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무장론’ 잇따라…美견제로 현실은 곤란

북한의 핵실험사태 이후 일본 당정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일본의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강경파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정조회장이 지난 15일 핵 보유를 둘러싼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데 이어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도 18일 국회 답변에서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급속히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측의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동맹 파기’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실제 미국측의 견제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다퉈 발언에 나선 ’핵무장론자’들의 속셈은 북핵사태로 인한 ’안보위기’를 극대화함으로써 재무장이 용이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 ’핵무장론 불씨’ 다시 살아나 = 나카가와 정조회장이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일본 헌법은 핵 보유를 금지하지 않는다. 핵을 보유하면 공격 당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반격할 수도 있다는 논리가 가능해 진다. 일본이 고수해 온 비핵3원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 지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일본 안팎에 파문을 일으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튿날 중국 공산당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일본은 핵무기 를 갖지않는다. 안심해도 좋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정부로서 (비핵 3원칙의 수정을) 논의하는 일은 없다”며 “국시로서 3원칙을 지켜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는 등 서둘러 ’불끄기’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아소 외상은 18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이웃 나라가 (핵무기를) 갖게 됐을 때, (일본이 핵보유 여부를) 검토하는 것도 안된다, 의견 교환도 안된다는 것은 하나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논의를 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

그의 발언은 ’비핵 3원칙’의 견지를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외상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 핵보유시 美와 동맹파기 불가피…재무장 노린듯 =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일본의 핵무장론이) 상황개선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일본도 그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지적했다. ’핵무장론’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다.

미국측은 북한의 핵실험사태가 아시아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경쟁을 부추길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이 동북아 순방시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방위공약을 확약해주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도미노 핵실험’을 막는 것도 순방의 한 목표인 것이다.

일본이 미.일 동맹을 사실상의 국시로 삼는 현실에서 핵무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가의 실력자인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가 지난 6일 “일본의 전략목표를 한반도비핵화로 두면서 우리나라가 핵무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미·일 동맹이 부서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핵무장시 장단점을 연구한 결과 원폭 제조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보유는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미국이 ’핵우산’을 거둬버려 오히려 안보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고위 인사들의 잇단 핵무장론의 타깃은 안보불안을 극대화해 재무장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 전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11일 강연에서 “우리는 핵무장 보다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고 핵미사일을 무력하하는 것에 일본의 전략과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현실적 이익”이라고 주장한 것이 일본측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이다.

일본 정부는 북핵사태를 계기로 미국과의 미사일방어(MD)공조를 앞당기는 한편 ’주변사태’의 첫 적용을 통해 일본 밖에서의 군사훈련 실적을 쌓고 싶어한다. ’핵무장론’은 이러한 재무장 움직임을 희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지금도 核대국…핵무장은 언제든지 가능 = 일본은 전무후무한 원폭 피해국이면서도 ’핵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이다.

핵무기 비보유국 중 유일하게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세계 4위의 플루토늄 보유국(40t)이다.

롯카쇼무라 핵연료재처리공장에서 방사능물질인 열화우라늄(311t)을 사용한 재처리 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일본은 대체로 매년 핵무기 1천여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5t의 플루토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2020까지 일본의 비축량은 줄잡아 145t에 달하게된다.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무기급 플루토늄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고슥증식로원형로(原型爐)인 몬주에서는 ’원자로급’ 플루토늄보다 순도가 더 높은 특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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