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는 드라마…韓 정부는 ‘코미디’ 전공?

▲ 극적으로 상봉한 메구미 씨의 부친 시게루 씨와 김영남 씨의 모친 최계월 씨 ⓒ데일리NK

요즘 TV 드라마에는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짜 사촌이나 호적상 남매가 사랑에 빠지는가 하면 의붓아들과 친딸이 결혼하기도 한다. ‘가짜 임신’도 자주 등장한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는 어떨까? 한 국가의 납치행각으로 17살 된 아들을 잃은 한국인 어머니와 13살 딸을 잃은 일본인 아버지가 약 20년 후에 사돈이 되어 만났다. 아들과 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낳은 손녀딸은 아직도 그 나라에 납치돼 있다.

드라마라 해도 평범하지 않은 이 이야기는 현실이다.

1977년 일본 니가타현 해안가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치돼 끌려간 13살 여중생 요코다 메구미(橫田惠)와 1978년 전북 군산시 인근 선유도에서 피랍된 김영남(당시 17세 고교생)이라는 한국 남성이 짝을 맺어 딸을 낳았다. 혜경이라는 이름의 딸과 아버지는 지금도 북한에 살고 있고, 메구미의 생사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06년 5월 16일. 납치 피해자의 두 부모가 사돈으로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자식을 잃어버린 지 28년과 29년만에 말이다. 드라마라면 눈물 훔치며 한 순간 안타까워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이기에 결코 용서될 수 없는 그런 이야기이다.

열 일곱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납치된 지 30년이 다 되도록 생사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웃지 못할 드라마가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메구미 씨의 아버지를 극진히 대접하는 일본 대사관의 태도를 보며, 낯설고 물설은 워싱턴 땅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우리 귀환 납북자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납북 드라마’의 결말은 한국정부 태도에 달려

사실 지금의 드라마 같은 상황이라도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끈질긴 노력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북-일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납치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일 수교를 맺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것이다.

결국 2002년에는 김정일로부터 납치사실을 시인받았고, 납북자는 물론 납북자 가족들까지 일본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또 살아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의 유해까지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 유골이 가짜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요코다 메구미 사건이 북한 납치 문제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남한에서 납치된 김영남씨라는 것이 밝혀진 것도 일본정부의 끈질긴 추적 결과였다. 김영남씨의 생존 여부조차 확인해 주지 않던 한국정부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자국민 보호보다 중요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이 있을까? 때문에 납치 문제를 방치해 놓다시피한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는 ‘드라마’를 넘어 ‘코미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놀라운 가족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다지만, 납치 후 생사도 확인 안 되는 자식의 결혼소식을 추적 끝에 알아야 하고, 30년만에 국제사돈이 상봉하는 웃지 못할 드라마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 드라마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끝이 한국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음은 명확할 것이다.

김송아/전북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 대학생 웹진 바이트(www.i-bait.com)의 양해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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