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재무장’ 발판 마련에 총력

일본 정부는 지난 한달간 북한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안보 정국’의 활용에 총력전을 펼쳤다.

핵실험 나흘만에 사실상 ‘대북(對北) 봉쇄’에 가까운 독자제재 조치를 단행한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이행을 명분으로 북한선박을 검사하기 위한 ‘주변사태법’의 점검에 착수했고, ‘핵 무장론’을 띄워 올렸으며 헌법개정의 구체적 일정을 제시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말 6자회담 복귀를 전격 선언했지만 봉쇄를 고수한 채 북한의 ‘아킬레스 건’인 ‘납치문제’ 사건을 터뜨린 뒤 6자회담의 테마로 끌어올리기 위한 외교노력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결국 일본 정부의 이러한 ‘고강도 대응’은 “일본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면 더 없이 좋은 일”(북한 외무성 대변인 4일 논평)이라는 북한측의 강력한 반발마저 초래하는 상황을 낳았다.

북한이 6자회담의 복귀를 선언하고 북핵사태를 풀기위한 각국의 외교노력이 경주되는 마당에 일본이 이처럼 ‘나홀로식’ 강공 대응을 펼치는 것은 북핵사태의 국면이 일본에게 ‘기회이자 위기’이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이어 핵실험이 야기한 정세가 자국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부각, 평화헌법 아래서 제약받고 있는 ‘재무장’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에 포함된 ‘화물검색’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 미국의 후방지원을 내세워 ‘주변사태법’의 점검에 착수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검사 과정에서 미군이 공격받으면 자국 함정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반격하겠다는 계획까지 검토했다.

이는 헌법 해석상 금지된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집단적자위권’의 행사는 단적으로 말해 전투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검토 수준이라고 해도 북핵사태라는 환경을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교전 구상’으로까지 한껏 끌어올린 셈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정조회장이 거듭 제기한 ‘핵 무장론’도 이러한 구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사실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묵인 속에 전개된 이 논의로 일본은 피폭국으로서 ‘금기의 영역’에까지 발을 성큼 디뎠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31일 구미 언론과의 회견에서 헌법의 평화주의 조항인 9조 개정을 공식화하고 임기 중 개헌구상을 천명한 것은 ‘안보 정국’을 재무장의 기회로활용한 일련의 움직임 가운데 정점이다. 북핵의 위협 속에 자위권 행사를 위한 개헌이 불가피함을 안팎에 당당히 천명한 것이다.

한편으로 일본 정부는 북핵사태를 위기로도 인식하고 있다. 핵실험을 끝낸 북한이 6자회담의 무대에 ‘핵 보유국’으로 복귀하려 하기 때문이다. 자칫 자국의 외교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일본측은 판단하고 있다.

아소 외상이 6일 동북아 순방차 일본을 찾은 미 국무부 니컬러스 번스 정무담당 차관과 로버트 조지프 군축담당 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확인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또 아베 총리가 지난 1일 핵과 미사일,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나, 일본 당국이 이튿날 납치용의자를 지목하고 국제수배하는 사건을 전격 발표하는 등 다시 ‘납치 키우기’에 나선 것은 북한을 계속 몰아쳐 틈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 속에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거나 일부 핵시설의 해체에 착수할 것을 요구하는 등 대북압박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양자 대화’의 가능성도 신중히 모색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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