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폭피해 모른척하는 북한 속사정…왜?

광복 64주년을 맞는 평양이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위한 군중결의 대회를 개최하는 등 침체된 주민들의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한 각종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에 있어서 ‘광복절’은 김일성의 항일투쟁으로 한반도에서 일본군이 패망한 날이며 김일성이 조국을 ‘해방’시킨 날이다. 따라서 8․15는 김일성의 업적을 기리는 날로 공식화되었으며 김일성을 제외한 독립운동세력들이나 한반도를 해방시킨 연합군의 업적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 당북은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을 선언하는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에 대해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선전할까?

일본에 있어서 1945년은 전쟁에 패한 날이면서도 또한 원자탄 피해로 무고한 국민들이 죽임을 당한 가슴 아픈 해이기도 하다.

대부분 북한 주민들은 미군에 의한 일본의 원자탄 피해에 대해서도 단순히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이러한 정보도 북한 당국의 교육이나 선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모세대들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알고 있다.

탈북자들의 경우도 북한에서 일본의 원자탄 피해에 대한 자료들을 읽어보지 못했다거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한 탈북자들도 학교에서 일본의 원폭피해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실제 북한은 중학교 ‘세계사’ 교재에서조차 일본의 원폭피해에 대해 서너 줄로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는 정도이고 이에 대한 교원들의 설명은 거의 없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일본의 원폭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자료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차 대전 종결을 부른 일본의 원폭피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선전은 극히 이중적이다.

대외적인 면에서 북한은 일본의 원폭피해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으며 때로는 반미 선전, 일본을 위협하기 위한 자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주 언급하지는 않지만 1992년판 북한의 ‘정치사전’이나 기타 원폭피해를 언급한 도서들을 보면 이러한 입장이 명백히 밝혀져 있다.

북한은 도서들을 통해 “미제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항복으로 연합국의 대일전쟁참전이 확정되고 중일전쟁의 실패로 일본의 패망이 명백해진 시점에서 일본 주민들을 상대로 원자폭탄 실험을 자행함으로써 수십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는 저들의 군사적 위력을 과시해 전후 연합국들 간의 보상 문제에 있어서 더 많은 이득을 챙기려는 야욕과 중요하게는 2차 대전 후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적 범위로 확산 될 사회주의 운동을 무력의 힘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그러나 이러한 야욕은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에서 미제의 참패와 소련의 원자탄 실험 성공으로 좌절되고 말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상대로 원폭사용의 반인륜적 행위와 원폭피해의 구체적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 데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우선 북한은 한국전쟁에서 원자폭탄에 대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미군이 퇴각하면서 원자탄을 사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가족단위로 남하했다. 또 이 과정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남하를 막기 위해 주요 길목마다 지키면서 학살을 자행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1960년대부터 북한이 시도한 핵무장과 연관이 있다.

김일성은 이미 1960년대부터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무기에 대한 꿈을 구체화 시켰다. 핵무장을 한 미국을 상대로 자신들도 핵무장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으로서 원자폭탄이 갖고 있는 살상력과 비인간성에 대해 알려지게 되면 자칫 주민들에게 노동당이 이중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원폭의 파괴력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북한 당국이 추구하는 무력에 의한 남한 통일노선에도 직접적 영향이 있다.

북한은 핵실험 이전까지 핵을 보유한 미국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감을 감소키기기 위해 “산이 많은 우리나라(북한)와 같은 조건에서 핵은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면서 “핵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개인보호 장비만 갖추면 얼마든지 핵무기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선전해 왔다.

이러한 주장으로 북한은 군인들로부터 민간인들에 이르기까지 핵폭발 시 비상행동요령을 가르치고 있으며 개인보호 장비로 비옷, 장화, 장갑, 얼굴을 가리는 모자와 방사선 해제 약으로 구운 진흙을 준비하도록 선전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핵에 대해 주민들이 공포를 갖지 않도록 일본의 원폭피해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공개적인 북한 언론매체들을 선전을 놓고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당국이나 언론매체들은 일본인 납치문제에 맞서 종군위안부 문제를 강하게 거론하고 있으나 원폭문제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에 내세워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원폭피해자들은 내세우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일본과 남한 국민들 중에 원자폭탄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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