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교가 “한ㆍ일 정상회담 ‘차기’ 합의도 불투명”

일본 외교가에서는 20일 한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독도와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회복의 실마리를 잡기는 커녕 차기 회담 일정을 합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금까지 정상회담 가운데 최악의 분위기”라며 “차기 회담을 약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 6차례 회담을 가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른 자신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관련, 별도의 추도시설 건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별도 시설을 건립하더라도 “어떤 시설이 생겨도 야스쿠니신사는 존재하며 없어지지 않는다”며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할 것임을 시사, 두 정상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히려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두 정상은 제2기 역사공동위원회를 발족하고 ’역사교과서 연구’를 주제로 삼는데 합의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역사교과서의 연구 성과를 실제 ’기술’에 반영하라는 요구는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도 두 정상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롯한 현안을 놓고 ’지론’ 충돌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6자회담 복귀용의’ 발언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북핵문제와 관련한 양국의 ’공조’ 외에는 “정상회담의 ’시나리오’가 그려져 있지 않다”며 “차기 정상회담만 합의되면 합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쿄 일각의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 자체가 양국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절반의 성공’”이라며 정상회담을 고비로 양국 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날 것으로 점쳤다.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유골 및 북관대첩비 반환 ▲한인 피폭자 및 사할린 거주 한인 지원 ▲김포-하네다 공항 여객기 증편 등을 약속할 전망이다. 이밖에 두 정상은 ▲차세대 지도자교류 ▲청소년 시민 교류 ▲상호이해 증진 ▲학술교류 등을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朝日)신무는 고이즈미 총리가 당초 천안 독립기념관 방문을 검토했으나 “한국의 요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지와 과거사를 정당화하는 각료들의 발언 중단이라는 판단에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노 대통령 일본관에 문제’라는 기사에서 “노 대통령의 대일강경론의 배경에는 과거사에 구애된 나머지 일본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 정권은 NGO(비정부기구) 정권이라는 평이 있으며 좌파 내지 혁신계인 반일적 민간조직과 지식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며 “여기에 영향을 준 것이 일본의 진보적 문화인과 좌파지식인들의 반일적 일본관”이라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19일 태평양전쟁 전몰지인 가고시마(鹿兒島) 이오지마(硫黃島)를 ’위령방문’한데 이어 23일에는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리는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다.

고이즈미 총리가 일반군인의 전몰지를 방문하는 것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반발을 희석화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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